국내 첫 맹인 컴퓨터강사 황병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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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래는 과학의 시대로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창조적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맹인도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이사회의 2,3등 시민으로 소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내 유일의 맹인 컴퓨터교육기관인 하상재활정보공학센터에서 후배 맹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국내최초 맹인 컴퓨터강사 황병창씨(25).
황씨는 이곳에서 국민학교5학년생부터 50세 목사까지 40여명의 맹인학생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한편 컴퓨터교재 점자번역, 맹인을 위한 프로그램개발 등 맹인 컴퓨터교육을 위해 애쓰고있다.
우리나라에서 맹인이 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니터 화면을 읽을 수 없어 음성합성기에서 나오는 말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수입품뿐이어서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그 억양에 익숙해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맹인을 위한 컴퓨터 교재와 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배우고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컴퓨터는 맹인의 직업을 다변화할 수 있고, 음악·문학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맹인의 잠재적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황씨는 맹인컴퓨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가 컴퓨터교육에 쏟는 관심의 일부라도 맹인들에게 돌려줄 것을 강조했다.
3세 때 홍역을 앓아 시력을 잃은 황씨는 맹인고등학교 졸업 후 안마사로 일하던 중 가톨릭선교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한소리』를 통해 맹인컴퓨터교육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 7월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10개월 과정을 끝낸 그는 수입이나 장래도 확실하지 않은 직업이라고 주위에서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컴퓨터강사직을 선택했다.
『맹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적성과 상관없이 수입이 확실한 안마사나 침술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컴퓨터가 맹인들의 직업세계를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이미 컴퓨터교육을 통한 맹인의 직업자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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