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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사람이 앞서가는 사회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TV수사극에서 흔히 보게되는 장면으로 좇기는 사람과 뒤좇는 사람 모습이 있다. 도망가는 사람은 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대개는 인파가 많은 상가밀집지역이나 시장터같은 데로 도망가면서 꼭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게 하듯 상가 물건을 닥치는 대로 자빠뜨리며 도망친다.
뒤좇는 사람이 인파에 막히고 장애물에 막히는 동안시간을 벌어 유유히 도망치는 것으로, 자기만 잡히지 않으면 남의 물건은 어떻게돼도 좋다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이다.
도둑은 꼭 남의 재물을 홈쳐야만 도둑이 아니다. 우리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거야 두말할 것도 없이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는 표현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이기주의 사상이 팽배해있는 것 같다.
남이 안되길 바라고, 남을 이용해 자기 영리를 취하려하고, 남이 차지할 몫을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차지하려는 등 도둑 아닌 도둑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골목길 만화가게나 전자오락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음란비디오를 보여주는 사람, 청소년 입장불가로 되어 있는데도 마구 학생을 입장시켜 돈을 버는 사람, 재개발지구에서 가난한 세입자의 입주권을 사서 돈을 버는 부동산투기꾼, 이렇게 번 돈으로 유흥가에서 흥청망청 소비하고 자기 자식은 승용차를 태워 학교에 보내고, 집에는 가정교사와 파출부를 두고 생활하는 졸부들.
그러나 우리는 이들보다는 낮에 일하고 밤에 직업학교에서 공부하며 삶에 전력투구하는 소년·소녀가장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앞서가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본다.
일확천금, 불로소득(공짜심리), 핑계심리, 고가품 선호심리, 어물거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는 성급함, 나를 중심으로 한 이기주의, 일등인간 고수주의 등 누구 나무랄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명예를 얻기 의해 남을 짓밟고 자기양심을 내동댕이치는 일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야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우리 모두는 진정으로 앞에 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김동규<공무원·서울도봉구창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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