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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던 라스킨 저 『아빠가 어렸을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고등부 이경은<서울구정고2년>
오늘 내겐 아버지가 한 분 더 생긴 기분이다. 그 아버지는 바로 『아빠가 어렸을 때』란 책의 필자다.
내가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사람을 아버지라 칭함은 어린 시절 필자의 이야기에 너무도 친근감이 가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솔직함과 진실함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새삼 나의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어린 시절 얘기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아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 모습은 일제시대·6·25등을 겪으시며 신문팔이·병치레·검정고시 등 힘들게 그 시대를 살아오신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일에 열심이시고 적극적이신 아버지를 난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아버진 언제나 내게 인생의 선배로서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내 삶에서 커다란 부분을 제시해 주시곤 했다.
사회생활, 바른 판단력, 미래의 설계 등 내게 자신감과 포부를 심어주셨다. 그래서 난 그 말씀을 들으며 내 인생을 크게 그려보곤 했다.
그런 반면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은 너무도 작은 것이었다. 하지만 책 속의 아버지는 그 작은 것을 통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책에서 어린 소년은 꿈이 많은 아이였는데 매일 바뀌던 희망들이 뭔가를 느끼게 해주었는지 결국 「인간이 되겠다」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난 여기서 가끔 부모님의 말씀에 대들던 내가 생각났다. 그리곤 인간의 근본 도리도 이행 못하는 나를 반성하고 어린 소년의 깊은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이 된다는 것」을 아이가 깨달은 것은 그 만큼 그 말이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어린 소년은 내게 아름다운 동심을 주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삭막하고 이기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던 나의 마음을 어린이의 깨끗한 생각과 행동으로 파란 새싹처럼 신선하게 해주었다.
또 이 책의 필자-나의 또 다른 아버지-는 이 책을 쓰면서 현재의 자신과는 뭔가 다른 과거의 자신에게서 배울 점을 느끼게됐을지도 모른다.
난 아주 어릴 적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뭔가 남길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한다면 어른이 됐을 때의 내 삶은 좀 더 값지고 의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항상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발전시켜 정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싶을 맨 나도 가끔 나의 후배에게, 자식에게 나의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싶다.
『얘들아, 내가 어렸을 적엔 말이야』라고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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