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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사학법 재개정, 내일 끝나는 임시국회서 물건너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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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재개정될까, 안 될까'.

사학법을 열린우리당이 일방적으로 개정 처리한 2005년 12월 이후 반복되는 일들이다. 틈만 나면 한나라당은 재개정하려 했고 열린우리당은 반대해 결국 '없던 얘기'가 되곤 했다.

6일 막 내릴 2월 임시국회, 이번에도 같은 길로 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4일 심야 회동해 막판 타협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당 관계자들은 "5일 있을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의원총회가 사실상 사학법 재개정 여부를 결판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지도부의 리더십, 당내 갈등, 종교와의 갈등 등 꼬여도 너무 꼬인 고차 방정식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다"고 했다.

◆"종단에 이사 추천권 주겠다"=양당 지도부는 지난달 27일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이번 국회에서 매듭짓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되도록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개방형 이사제의 추천권 확대를 놓고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종립(宗立) 학교에 한해 종단에 추천권을 줄 수 있다"고 양보하는 듯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 정로론 안 된다고 했다. "동창회나 학부모회에도 추천권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열린우리당 교육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4일 "양쪽을 만족시킬 만한 합의안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결단 어려운 지도부=결국 공은 양당 지도부로 넘어가게 됐다.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결단의 모습을 보인 뒤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결단의 리더십을 보이기엔 현 지도부가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재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2005년 일방적 강행 처리의 주인공(원내대표)이었다.

당장 당내에서 "사학법을 잘 처리해 당의장까지 됐으면서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수도권 한 초선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합의해 올 순 있겠지만 (종단에도 추천권을 주는 것 이상 양보할 경우) 의총에서 난리가 날 것"이라며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쪽에서도 (현 지도부에) 조심해야 한다고 사인을 보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범여권이 정계개편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어설프게 합의했다간 우리가 비개혁 세력으로 몰려 단칼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강재섭.이재오 전 원내대표가 사학법 처리 문제로 당내 비판을 들었던 걸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강 당시 원내대표가 이 때문에 중도 하차해야 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사학법은 우리 지도부에도 부담"이라고 했다.

◆표 대결 자신 없는 양당=양당이 본회의에서 각자의 안을 놓고 맞붙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양당 모두 과반 의석(149석)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108석)은 기껏 통합신당모임(23석)의 도움을 기대할 뿐이다. 민주노동당(9석)과 천정배 의원 등의 민생정치모임(7석)은 싸늘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기권표가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127석)도 민주당(11석)이 지지해 주는 상황이지만 과반수를 얻기에 아슬아슬한 숫자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범여권 의원들이) 공개투표인 상황에서 당 분위기와 배치되는 투표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고정애.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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