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타임 워너사 일 기업에 투자요청/동지·이등충에 10억불 규모

◎미,경영난 더 악화되면 지배형태 될까 우려
미국 타임 워너사가 일본기업 손에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2대 시사주간지의 하나인 타임지와 제2의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사가 3년전 합병,발족된 타임 워너스사가 최근 빚에 쪼들린 나머지 투자자를 찾기 위해 일본 도시바(동지)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경영이 계속 어려워질 경우 도시바의 타임워너 지배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 워너사의 스티븐 로스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무르며 아오이 조이치(청정서일) 도시바 회장과 투자협력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거의 완결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협력 내용은 일본 기업이 10억달러를 타임 워너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 절반을 도시바가,다른 절반을 무역회사인 이토추(이등충) 상사가 맡는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바등 일본 기업들이 타임워너사의 필름·케이블텔리비전 사업분야의 주식 12%를 장악함을 의미한다.
도시바 등의 투자형태가 현 타임워너에 대한 직접투자형태가 될지,새로운 합작회사 설립형태를 취할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타임워너의 새자본 필요성과 도시바의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욕구가 맞아 떨어져 미일 기업합작은 그 성사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워너사는 시급한 경영자금조달과 함께 고화질텔리비전에서 쌍방향텔리비전에 이르기까지 도시바가 갖고 있는 미래텔리비전 하드웨어분야에 대한 비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케이블TV산업이 일본에서도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어 새로운 사업분야로 이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정보영화종합기업인 타임워너에 대한 투자로 이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시바는 ▲그동안 선두를 유지해오던 노트북 형태의 랩탑컴퓨터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성장의 바탕이었던 가전제품시장 경기도 고화질 텔리비전시장이 활발해지기 전까진 더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적고 ▲핵심사업분야인 반도체시장도 과거처럼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타임워너사는 시사주간지 타임과 영화제작외에 피플지,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 등 다른 잡지의 발행과 HBO(홈 박스 오피스)라는 유명한 케이블영화텔리비전을 운영하는 정보 및 영화관련 대기업이다.
도시바는 타임워너의 투자제의를 받고 특히 케이블텔리비전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89년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한 소니나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모회사인 MCA를 인수한 마쓰시타가 많은 투자에 비해 이익을 얻지 못하면서 동업자들에게 계속 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산업 투자가 위험한 것일 수도 있음을 경고해 주는 사례들이다.
또다른 이유는 타임과 같은 유명한 시사주간지를 발행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자칫하면 「정치적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도시바는 87년 자회사인 도시바기계가 소련에 잠수함엔진을 불법으로 수출해 미국으로부터 무역제재를 받고 경영진이 모두 퇴진하는 경험을 갖고 있어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에 투자를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서 우선 관심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어떤 분야가 됐든 타임워너사에 대한 도시바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이는 경영참여의 첫발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도 타임워너의 경영이 계속 어려워질 경우 도시바의 투자확대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곧 도시바의 타임워너에 대한 지배형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록펠러센터의 일본인수를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미국의 상징과 같은 타임지가 일본에 넘어가는 것은 한 미국의 체제가 일본에 넘어가는 것과 같다며 뭔가 다른 대책이 마련되길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큰돈을 간단히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고 일본기업들만이 이같은 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들 미국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