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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에 엄격한 미 청문회/박준영 뉴욕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클래런스 토머스 미 대법원판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로 미국전역이 떠들썩하다.
CNN등 TV에 중계된 청문회가 워터게이트사건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이상의 흥분을 자아내고 있고 신문들도 7∼8페이지씩의 지면을 할애,청문회 과정에서의 질의응답과 분위기 등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상원 본회의 투표를 연기하고 재개된 청문회가 이토록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예전 토머스판사의 부하직원이었던 애니타 힐여교수가 당했다고 주장하는 토머스판사의 성적학대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은 미국에서도 아직 윤리적 개념정립이 안된 이슈인데다 직장을 갖고있는 사람이면 남녀를 불문하고 일상 부닥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청문회는 몇가지 점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이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또다른 측면에서 정치발전도상국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선 토머스판사에 대한 청문회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한 의회의 동의가 결코 형식적이 아니고 실질적이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은퇴한 셔굿 마셜 후임으로 토머스연방법원 판사를 지명하자 미상원이 두달동안 청문회를 갖고 그의 과거경력과 행적,대법관 자격등 모든것을 탐색했었다.
그사이 그의 임명에 대한 찬반의견이 충분히 제기됐음은 물론이다.
법사위 청문회 재개과정은 또 국민대표기관인 의회가 설혹 실수했더라도 이를 솔직히 인정,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려는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법사위는 토머스판사에 대한 청문회를 종결지었었으나 자신의 진술이 적절히 논의되지 못했다는 애니타 힐교수의 주장이 있자 청문회를 다시 열고 있다.
이 청문회는 또 불이익을 무릅쓰고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정신이 민주주의와 올바른 역사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토머스판사 청문회는 미국인들뿐 아니라 민주정치를 시작한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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