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쉼] '봄물' 샘솟다 … 4대 강 발원지를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한강의 발원 검룡소

새해 마음먹은 일들이 뜻대로 안 풀리거나 의지가 자꾸 흔들린다면 새로 솟는 생명수를 보며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새봄을 맞아 우리나라 4대 강의 발원지를 찾았다. 언 땅에 새 생명을 주려 힘차게 솟아나는 샘을 보면 '초심'이란 말의 순수함과 위대함이 절로 떠오른다. 또한 봄이란 얼마나 경이로운 계절인가.

한형석 여행전문 자유기고가

1 한강 ▶ 검룡소 강원 태백시

봄소식을 전하려 나선 길이었지만 강원도 태백의 날씨는 스산했다.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을 가른다는 삼수령을 넘으니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쌓여 있었다. 혹 검룡소마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건 아닐까.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검룡소는 여봐란 듯 용솟음치고 있었다. 샘이라 하기엔 너무 큰 규모가 놀랍고, 치솟는 물줄기 또한 우렁차기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연중 섭씨 9도 안팎을 유지하는 샘물은 하루 2000여t씩 쏟아진다. 정선.영월.충주.양평을 거쳐 수도 서울에 봄의 힘찬 생명을 전한 뒤 서해바다로 흘러든다.

2 낙동강 ▶ 황지 강원 태백시

아침 일찍 찾은 황지는 여행의 피로도, 아침잠의 아쉬움도 단번에 떨쳐버릴 수 있을 만큼 인상 깊었다. 예쁘고 아담한 연못. 시내 중심가에서 어쩌면 이렇듯 맑고 투명한 샘물이 솟아날 수 있을까. 맑은 옥빛 수면에는 주변 건물들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검룡소가 힘차고 남성스러운 물줄기를 자랑한다면, 황지는 이제 막 세수를 마친 딸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어디서 솟는지 모르게 은근히 흐르는 물의 양은 하루 5000여t. 검룡소보다 오히려 많은 양이다. 찾기 너무 쉬운 것이 단점일 만큼 황지는 이곳 태백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이 있었다.

낙동강의 발원 황지

검룡소·황지 교통편

■55번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IC에서 38번 국도로 연결되는 도로를 이용한다. 38번 국도는 영월까지는 수월하지만, 여기서 태백까지는 전 구간 공사 중이라 제 속도를 낼 수 없다. 황지는 시내 한가운데 있는만큼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검룡소는 태백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수령을 넘어 5분쯤 내려가면 이정표가 보인다. 왼편 다리를 건너 5분 정도 들어간다.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30분가량 걸어간다.

■기차를 타고 갈 경우엔 태백역에 내려 황지를 본 뒤 검룡소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태백콜택시(033-552-0808)의 경우 편도 1만7000원을 받는다. 버스는 하루 두 번뿐이라 불편하다.

숙소

■황지 주변에 모텔이 많다. 한국관광공사 지정 우수 숙박업소인 동아모텔(033-552-2365)은 일반실이 하룻밤에 3만5000원이다. 토박이인 주인 부부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검룡소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다. 강원랜드 숙박촌이 차로 20분 거리다.

먹거리

■해발 800m 높이의 백두대간 고원에서 자란 한우 맛이 일품이다. 태백시청앞 대원화로구이(033-552-5092)의 경우 한우 불고기가 1인분에 1만2000원, 육회 2만원, 등심 2만1000원 등이다.

주변 볼거리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보관한 곳) 중 하나인 정암사와 용연동굴이 압권이다. 정암사는 정선 방면으로 싸리재를 넘은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국내 최고 높이에 있는 석회동굴인 용연동굴은 싸리재 넘기 전 오른편에 있다. 총 관람시간은 40분, 입장료 3500원(성인).

3 금강 ▶ 뜬봉샘 전북 장수

수분령(水分嶺) 휴게소의 정신없는 트로트 음악을 뒤로 하고 찾은 수분마을은 강의 발원지답지 않게 평범했다. "물뿌랭이(물뿌리의 전라도 사투리) 보러 왔소?"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길을 알려 주었다. 마을길을 따라 20여 분 오르니 능선 아래 양지 바른 곳에 금강의 발원 뜬봉샘이 있었다. 검룡소나 황지 같은 감동적 정경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곡창지대를 적시는 젖줄의 어머니로서는 손색이 없다. 샘터 주변의 멋진 풍경과 따뜻한 햇볕이 봄을 만끽하기에 그만. 200여 년 전 천주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쫓겨 다니다 정착한 곳이라고도 한다.

4 섬진강 ▶ 데미샘 전북 진안

맛의 고장인 전라도를 감아 도는 우리나라 최후의 청정하천 섬진강. 그 발원샘이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데미샘의 물맛은 일품이었다. 혀를 감아 도는 질감과 목 넘김, 달큰함은 맛의 고장의 봄을 적시기 에 충분했다. 진안고원의 깊은 산중에 있어 아직 주변엔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샘은 맛있게 솟아나고 있었다. 주변은 동네 약수터 분위기. 하지만 마을로부터 걸어 올라가는 길은 아기자기하다. 샘 아래 마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번잡하지만 누구든 방문하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뜬봉샘·데미샘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35번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 장수 IC를 빠져나와 진안과 장수로 간다. 뜬봉샘의 경우 19번 국도를 타고 장수를 지나 남원 방면으로 20분 정도 더 가다 수분령 휴게소 맞은편 버스정류장을 끼고 우회전한다. 수분리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면 샘까지 도보로 왕복 1시간30분 거리다. 데미샘은 장수에서 진안, 백운 방면으로 742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서구이재를 넘어 10분 정도 달리다 신암 1교를 지나기 바로 전 오른편 원신암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을 가로질러 1km 정도 가면 정자가 나온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간다. 왕복 1시간30분 소요.

■버스는 장수(뜬봉샘)나 진안(데미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무진장여객(063-433-5282) 군내 버스를 이용한다. 각각 원신암 마을(데미샘)과 수분마을(뜬봉샘) 앞에서 하차한다. 장수 콜택시(063-351-5454)는 장수읍에서 수분령까지 편도 7500원, 진안콜택시(063-432-0585)는 진안읍에서 원신암 마을까지 편도 1만7000원.

숙소

■와룡 자연휴양림(063-353-1404)은 13평 기준 1박에 4만9000원, 방화동 자연휴양림(063-350-2562)은 12평 기준 1박에 5만6000원이다. 예약 필수. 장수 IC에서 나와 우회전해서 5분 거리의 승마모텔(063-353-8585)은 일반실 기준 1박에 3만5000원.

먹거리

■맛의 고장답게 어느 집이든 맛있다. 장수읍 구억관(063-351-2253), 진안읍 한일관 (063-433-2585)이 있다. 아침은 콩나물국밥(3000원), 점심은 백반(4000원), 저녁은 삼겹살(1인분 8000원)을 권하고 싶다. 진안제일회관 (063-433-2246)은 순대로 유명하다. 국밥 3500원, 순대(중) 8000원. 식도락가라면 진안관(063-433-2629)의 새끼돼지 요리인 '애저'(1마리 4만원)에 도전해 보자.

주변 볼거리

■장수에선 논개사당이, 진안에선 마이산이 볼만하다. 논개사당은 일부러 시간을 내 둘러봐도 좋을 만큼 운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