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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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정태호 정무비서관을 통해 송영길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열린우리당 탈당신고서. [사진=조용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나타낸 것으로 28일 뒤늦게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22일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이 전 시장의)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함께 거론하면서 "우리 역사가 퇴행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검증 논란 등) 대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 탈당=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에 탈당 서류를 제출했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임기 중 당적을 버린 네 번째 대통령이 됐다. 노 대통령은 당원들에게 보낸 고별 편지에서 "임기 뒤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었으나 제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 구조와 풍토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탈당 이유는 "단임 대통령의 한계"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은 차기 후보가 아니어서 (야당에) 맞서 대응하기가 어렵고 여당 또한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보다 차별화해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바란다"며 "역사의 큰 길에서 언젠가 다시 함께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재회'를 언급했다.

글=박승희·정강현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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