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범죄와의 전쟁 1년 김기춘법무에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조직폭력 소탕 민생차원서 계속”/강력범 감소율 국민기대 못미쳐 유감/마약단속 강화·보복범죄 없도록 노력
13일로 「범죄와의 전쟁」 1년을 맞게 됐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조직폭력·강력범 등 각종 범죄의 예방과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공권력과 총기남용·인권침해 시비 등 부작용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김기춘 법무장관을 만나 「범죄와의 전쟁」 1년의 평가와 앞으로의 대책 등을 들어본다.<편집자주><대담=권일 사회1부차장>
­그동안 정부는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범죄와의 전쟁에 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민생치안 분야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게 일반적인 여론입니다. 자체적으로는 그동안의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범죄와의 전쟁은 정부가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강력한 표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우려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성과가 크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폭력을 와해하고 살인·강도·강간 등 늘어만 가던 주요 범죄의 발생률이 9.8% 감소한 반면 검거율은 8.7% 증가하는 등 범죄제압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아직 배금·한탕주의 등 범죄유발요인이 있는데다 몇건의 강력사건이 미제로 남아 체감치안이 국민들의 요구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분이 조직폭력배 소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며칠전에도 서울 도심에서 이들의 이권을 둘러싼 편싸움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등 뿌리를 완전히 뽑지 못한 것 아닙니까.
『조직폭력을 1년만에 증류수처럼 완전소탕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우리나라 조직폭력은 80년대이후 빠찡꼬·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장악하고 자금·인원동원 능력 등에서 상당한 규모로 확산일로에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검·경찰은 폭력조직의 근원적 소탕이 민생치안의 최대 고비로 보고 합동수사본부를 설치,전국에서 2백94개파 4천8백28명을 붙잡아 3천9백71명을 구속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차로 수배됐던 두목급 20명은 모두 검거했고 행동대장급 간부도 30여명중 26명을 붙잡아 이들의 조직을 상당수 와해시켰다고 확신합니다.』 ­흉악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워 어렵게 붙잡아도 쉽게 석방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법령정비나 제도운용개선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극형이나 장기형선고가 범죄발생을 억제하는 일반예방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형량의 결정은 사법부 나름대로의 양형기준,범인의 정상·교화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되므로 검찰이 개입할 수는 없지요.
정부는 그동안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등 각종 법령을 손질해 흉악범의 법정형을 높이고 성폭행사범을 친고죄에서 제외시켰으며 보복우려자의 보석취소 등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범죄진압을 위해서는 신속한 검거·공정한 재판·엄정한 형의 집행과 아울러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응을 범국민적으로 도와주는 풍토조성이 중요하지,결코 중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범죄와의 전쟁이후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등으로 피의자의 인권시비가 잦아진게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혹행위는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것 아닙니까.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수사과정에서의 폭력·가혹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뿌리 뽑아야 합니다. 법무부는 수사요원들에게 수사의 적법절차를 지키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가혹행위시비가 있을 경우 관련자를 엄히 문책하고 있어요.』
­국민들사이에는 범죄를 신고해봤자 즉각 검거되지도 않고 보복우려 등으로 신고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순찰활동강화,최일선 수사요원의 증원 등으로 범죄신고에 대한 즉각대응체제를 확립한 결과 「10·13선언」후 범죄신고율이 32% 늘었고 순찰중 현행범 검거율도 1백62%나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비밀신고전화제를 운용,모두 5백93건의 신고를 접수해 7백55명을 단속했고 증인·신고자 등 4백86명을 보호관리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신고자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없어 국민들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피해신고등에 적극 대처,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토록 힘쓰겠습니다.』
­근래 경찰관의 총기사용으로 인한 공권력 남용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허약한 공권력도 문제지만 총기사용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해쳐서도 안되지 않습니까.
『외국에 비해 우리 경찰은 총기사용에 있어 최대한 인내·자제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강력범죄가 흉포·조직화되고 범죄자가 시민·경찰관에게 흉기로 대항하는 범죄현상에 비추어 국민 전체의 안전을 지켜야할 책무를 진 경찰관으로서 관련법규에 따라 총기를 쓸수 밖에 없다는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범인검거의 필요성과 경찰관의 위해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해다른 수단이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범위로 사용해야 할 것이고 부득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난 4월에는 마약과의 전쟁까지 선포하고 마약사범단속을 본격화했지만 의외로 마약사범이 점점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사회저명인사등에까지 번지고 있는 마약사범의 근절책은 없습니까.
『89년 2월 대검에 마약과를 신설한 이래 올 8월까지 공급조직 49개파 3백71명을 포함한 마약사범 1만2백20명을 검거하고 히로뽕 1천2백62㎏을 압수했습니다. 이는 검거자의 경우 그이전 10년간과 비슷하고 히로뽕 압수량은 두배에 달합니다. 올들어 8월까지 마약사범 2천1백38명을 붙잡아 8백71명을 구속했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4.9%나 감소한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마약사범은 10만명당 9명으로 일본 14명,영국 29명,서독 1백52명,미국 3백54명에 비해서는 양호한 상태입니다만 초기에 근절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한층 강화할 방침입니다.』
­범죄예방·퇴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죄유발 환경을 정화하는게 시급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심야영업·학교주변 유해업소 단속 등도 계속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습니까.
『범죄발생소지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을 강력 규제하고 퇴폐업소와 학교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등에 대한 단속을 집중해 그동안 하루평균 5백여건을 적발했습니다.
이 결과 유흥업소는 1년전에 비해 7.5%,유흥업소종사자는 27%가 줄었으며 건전한 음주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일부업소가 단속을 피해 음성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단속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검거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교정행정으로 이들을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교도관들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특히 최근에는 두목급 조직폭력배가 한꺼번에 수용돼 말썽이 많은데 교정행정의 쇄신책은 무엇입니까.
『조직폭력배는 수뇌급 34명등 2천5백90명을 특별관리,비연고지 교정시설로 분산시키고 남아있는 세력과 연계되지 않도록 철저한 접견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의 교화기능 강화를 위해 매년 완공목표로 청송에 초중구금 특수교도소를 신축중입니다. 한편으로 모범수들의 사회복귀를 돕기위해 재소자 외부통근 작업제도를 시행,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교도관들의 비리근절은 법무행정의 숙원사업이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감찰활동을 강화하고 서울·대구·대전·광주에 교정청을 신설하는 한편 교도관 3부제 근무·근속승진제 등 제도개선·정신교육강화로 이들의 사기앙양책을 실시중이므로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정리=김석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