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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통합제도」 재계관심/서울대,내년부터 시범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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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구중심 대학으로 전인교육/“전문화 역행” 기업쪽선 시큰둥
서울대가 92년 입시부터 「학과통합운영제」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서울대가 시도하는 새로운 제도의 시범실시가 다른 대학으로도 파급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으로서는 대학졸업 인력 대부분의 최종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과통합운영제도의 골자는 내년에 우선 전기·전자·제어계측 등 전기관련 3개학과의 신입생을 학과구분없이 모집하고 졸업때까지 교양 및 일반전공과목들을 함께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앞으로 이 제도의 실시범위를 점차 확대해 「학부제」를 정착시키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인사담당자들은 『지나치게 아카데미즘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로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제조업의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교육이 이과의 경우 더욱 전문화쪽으로 문과는 보다 다양한 일반적인 지식습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럭키금성그룹 인사담당 장재화 이사는 『현재 전자 한 분야에도 반도체·가전·컴퓨터 등 수십가지로 전문화되어 있고 그 각각의 분야마다 세계의 첨단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아무리 전인적 교육이 중요하다지만 이과의 경우 학과통합운영은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학측의 의도대로 신입생들이 대학원까지 마쳐 학부 1∼2년은 일반적인 지식습득을,나머지 4∼5년은 전문분야연구를 하고 나온다면 바람직하지만 「덜 떨어진」일반지식만 습득한 채 대학 4년과정만 마쳐 입사하는 경우 기업으로서는 재교육에 그만큼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인사담당 홍성원 부장도 『관리나 영업쪽은 일반적인 지식과 적성을,연구직과 생산기술직은 전문적인 지식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기업의 인력 수요는 석사과정이상이 30%인데 비해 보다 많은 학사출신 이과전공자가 필요한 현실에서 이과쪽의 학과통합은 무리』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대학관계자들은 『국제경쟁력 자체가 앞으로는 단세포적인 상용기술보다는 기초분야 연구가 얼마나 발달하느냐에 달렸다』며 기업측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즉 기초교육을 강화시키면서 더욱 적성에 맞는 전문분야를 택해 장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학부제의 실시가 대안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이기준 공대학장은 『서울대의 경우 보다 넓은 일반적 지식위에 전문분야에 능통한 인력을 육성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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