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플레이 뒤 웃음 한 토막. GS칼텍스 안드레이아가 상대팀 공격을 받으려다 실패한 뒤 아쉬움의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현대캐피탈의 3-0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삼성화재 임도헌 코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신치용 감독에게 자료를 건넨다. 점수 득실을 계산한 자료다.
임 코치는 "우리가 점수 득실에서 (현대캐피탈에) 60점이나 뒤지고 있어요"라며 불안한 듯 신 감독의 눈치를 본다. 신 감독이 "그런 것 따질 시간 있으면 열심히 훈련해서 6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을 이기면 되지 않느냐"고 힐난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감독이나 코치나 마찬가지.
이처럼 삼성화재 코칭스태프는 요즘 매 경기 점수 득실 상황을 체크하는 게 일과가 돼 버렸다.
올 시즌 V-리그에서 점수득실률(팀의 총득점을 총실점으로 나눈 수치)은 순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정규리그 승차가 같을 경우 지난 시즌까지는 세트득실률(이긴 세트 수에서 진 세트 수를 나눈 것)을 우선했으나 2006~2007 시즌부터는 점수득실률을 먼저 따지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 지고 있는 팀이 일찌감치 세트를 포기해 경기의 흥미가 떨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이 규정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피 말리는 선두 다툼 중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엔 점수득실률이 운명을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현재 삼성화재는 21승4패로 2위 현대캐피탈(20승5패)에 승점 하나 차이 선두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는 초반 현대캐피탈에 3연승한 뒤 내리 두 경기를 졌다. 6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꺾고 양 팀이 나머지 팀들에 전승한다면 두 팀은 승차가 없게 돼 점수득실률로 정규리그 1위를 가려야 한다. 이 경우 점수득실률에서 앞선 현대캐피탈(1.161)이 삼성화재(1.159)에 유리하다.
점수득실에서 앞선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우리는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 욕심을 버렸다"며 느긋한 반응이지만 정규 리그 2연패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고 있다. "점수득실률을 따지기 위해서는 삼성화재를 한 번 더 이긴다는 가정이 뒤따른다"는 말에서 우승의 집념이 엿보인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