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싸움 '점수 덜 먹고 더 뽑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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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격렬한 플레이 뒤 웃음 한 토막. GS칼텍스 안드레이아가 상대팀 공격을 받으려다 실패한 뒤 아쉬움의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현대캐피탈-한국전력의 프로배구 V-리그 5라운드 경기가 열린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현대캐피탈의 3-0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삼성화재 임도헌 코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신치용 감독에게 자료를 건넨다. 점수 득실을 계산한 자료다.

임 코치는 "우리가 점수 득실에서 (현대캐피탈에) 60점이나 뒤지고 있어요"라며 불안한 듯 신 감독의 눈치를 본다. 신 감독이 "그런 것 따질 시간 있으면 열심히 훈련해서 6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을 이기면 되지 않느냐"고 힐난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감독이나 코치나 마찬가지.

이처럼 삼성화재 코칭스태프는 요즘 매 경기 점수 득실 상황을 체크하는 게 일과가 돼 버렸다.

올 시즌 V-리그에서 점수득실률(팀의 총득점을 총실점으로 나눈 수치)은 순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정규리그 승차가 같을 경우 지난 시즌까지는 세트득실률(이긴 세트 수에서 진 세트 수를 나눈 것)을 우선했으나 2006~2007 시즌부터는 점수득실률을 먼저 따지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 지고 있는 팀이 일찌감치 세트를 포기해 경기의 흥미가 떨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이 규정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피 말리는 선두 다툼 중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엔 점수득실률이 운명을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현재 삼성화재는 21승4패로 2위 현대캐피탈(20승5패)에 승점 하나 차이 선두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는 초반 현대캐피탈에 3연승한 뒤 내리 두 경기를 졌다. 6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꺾고 양 팀이 나머지 팀들에 전승한다면 두 팀은 승차가 없게 돼 점수득실률로 정규리그 1위를 가려야 한다. 이 경우 점수득실률에서 앞선 현대캐피탈(1.161)이 삼성화재(1.159)에 유리하다.

삼성화재는 다음달 11일 현대캐피탈 전을 반드시 이겨 점수득실을 따질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점수득실에서 앞선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우리는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 욕심을 버렸다"며 느긋한 반응이지만 정규 리그 2연패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고 있다. "점수득실률을 따지기 위해서는 삼성화재를 한 번 더 이긴다는 가정이 뒤따른다"는 말에서 우승의 집념이 엿보인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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