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설주의문학 "당파성 배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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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시 문제는 리얼리즘이다」. 진보적 문예지 『실천문학』은 창간 10주년 기념행사로 지난달 27일 강남 출판문화센터에서 위와 같은 주제로 문학과 현실을 따지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조만영·최두석씨가 각각 「현단계 리얼리즘 논의의 이론적 검토」 「시의 리얼리즘」이란 논문을 발표하고 백낙청 임규찬 윤영천 오섬호씨등이 이들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벌였다. 다섯시간여동안 계속된 이날 심포지엄에는 문인·국내외 문학전공자·대학생등 3백여명이 참가, 끝까지 경청했다.
문단, 특히 문학에 있어서 현실과 역사를 중시하는 참여문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날 심포지엄에 입추의 여지없이 참석한 3백여 청중들은 문학의 앞날을 한결같이 걱정하는 표정들이었다.
소련등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혹은 변혁으로 80년대 우리 문학을 풍미했던 모순을 극복해 현실을 바로 잡아보겠다는 민중·민족문학 진영은 90년대 들어서면서 깊은 침체로 빠져들었다. 현실주의 문학의 침체와 함께 예술계·문단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새로문 조류가 만연하게 됐다.
80년대 혹독한 정치·사회현실에서 민중·민족문학 진영은 주로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유통되던 문학이론에 기대 80년대 현실을 대응해 나갔다. 그 와중에서 현실주의 문학은 「현실을 올바로 반영해야한다」는 현실주의(리얼리즘)의 기초 명제에서부터 좀더 급진적으로 나가며 「민중이 주체가 돼 민중적 시각에서 작품을 써야된다」는 노동해방문학에까지 분화되게 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외 상황변화에 따라 급진적 문예이론을 대표했던 『사상문예운동』 『녹두꽃』 『노동해방문학』등의 잡지가 자·타의로 휴간된데서도 볼 수 있듯 현실주의 문학진영은 급속히 위축됐다. 80년대 현실주의문학이 등한시했던 산업사회에서의 인간의 소외, 혹은 실존문제를 제시하며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이 물밀듯 밀려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예술계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개념정립도, 구체적 작품 성과도 없어 현 문단은 공동화돼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날 심포지엄에 몰린 3백여 청중들은 한결같이 「문학의 진정한 길」을 찾는 모습이었다.
『한 계급만의 입장을 중시한 당파성이 현실주의 문학을 너무 경직되게 만들였다』는 토론자들의 지적에서 드러나듯 우리의 리얼리즘에 대한 반성, 그리고 『리얼리즘에서도 결코 창작자의 정서를 무시할수 없다』는 말에서 이제 리얼리즘, 나아가 우리의 문학을 원초에서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자는 각오가 드려나보였다.
현실에 너무 집착해 선동으로 흘렀던 현실주의 문학이든,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구름속을 헤맸던 순수주의 문학이든 이제 다시 한번 자기 점검을 해볼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 몰린 청중들은 한국문학이 세기말적 병에 빠지지 말고 올바로 시대를 반영, 선도해 나가기를 무언중에 기원하고 있였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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