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 줄이기 위해선 부검솔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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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몇년전 수술소견에 따라 판정한 서울대병원 내과의 오진율이 지상에 발표돼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일이 있었다. 10%전후로 기억되는 오진율을 보고 독자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졌다.
즉 환가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들의 반응은 『아무리 대학병원이라 하더라도 오진율이 그렇게 낮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었고, 의사가 아닌 일반독자들의 반응은 『대학병원의 오진율이 그렇게 높을 수 있는가』라는 실망적인 것이었다. 그야말로 양극단의 반응을 보인것이다. 같은 수치를 보고 이렇게 반응의 차이가 큰 것은 오진으로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위암을 예로 들어 오진 판정의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암을 오진했다고하면 일반독자들은 위암을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잘못 진단, 환자의 생명을 잃게 했다거나 위암이 아닌 병을 위암으로 잘못 진단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게한것등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오진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아주 드물다고 생각하는게 옳겠다.
병원에서의 오진 판단 기준은 그것보다 훨씬 더 엄격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수술전에는 위암이 위의 점막부분에만 한정되어있을 것으로 진단했는데 수술후 현미경으로 검사해보니 점막 아랫부문인 근육층까지 일부 암세포가 퍼져 있었다고 하면 그것도 오진으로 인정한다.
오진 판정 기준이 이처럼 엄격하기 때문에 10% 전후의 오진률을 보고도 의사들은 좋은 성적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기준여하에 불구하고 오진은 실망적인 것이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쉽게 뜯어볼수 있는 기계를 상대로 하는 일이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오진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는 실망스런 사실이지만 한번 오진할 때마다 그런 오진을 반복하지 않을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할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오진 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검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정확한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선 부검해야 한다는 사실이 모든 국민에게 상식이 됐고 이젠 코미디에서까지 부검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가 됐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부검률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낮다.
부검률이 낮다는 것은 오진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고 따라서 의학발전이 그만큼 늦어질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실망스런 오진을 줄이기 위한 가강 좋은 출발점은 부검률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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