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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후 외국인 공격" 경고…이동경로 미리 알고 동시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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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9일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이 아니라 일본 외교관과 스페인 국가정보부 요원들을 상대로 표적공격을 벌였다. 이들의 이동경로를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던 반군들의 매복공격이었다.

◇동시 공격=공격은 오후 5시쯤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스페인 정보부 요원 8명은 바그다드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스페인 주둔군 사령부가 있는 힐라로 이동하던 중 로켓포(RPG) 등을 동원한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고속도로에서 저항세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 1~2대가 스페인 정보요원 차량 두대를 뒤따라오다 총격을 가해 스페인 차량 한대가 먼저 주행로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또 다른 매복조가 20여분간 공격을 벌여 스페인 요원들이 탄 스포츠용 차량 두대는 완전히 불에 탔고, 시신 7구도 주변에 널브러졌다.

공격 직후 현장에 도착한 영국 스카이TV 기자는 "현장에서 기뻐하는 이라크 주민들이 스페인 요원들의 시신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고 전했다.

티크리트 남부 10~15㎞지점에서 일본 외교관 두명에 대한 공격도 이들이 이라크재건회의 참석차 이동 중인 것을 미리 알고 매복해 있던 저항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 측은 "외교관들이 도로변의 한 간이매점에 음식을 사러 정차했다가 소형화기를 동원한 집중 총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경고위협=이번 공격은 이라크에서 라마단 종료(지난달 25일) 후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기자가 바그다드 출장 중에 만난 현지인마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라크 내의 모든 외국인을 목표로 더욱 거센 공격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과 스페인에 대한 동시다발적 공격도 예고됐던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저항세력들이 파병국이나 파병예정국을 상대로 한 공격수위를 높여왔기 때문에 스페인군 관계자 세명이 이미 희생됐다.

바그다드 주재 일본대사관도 라마단 기간에 저항세력으로부터 수십분간 총격을 받았다.

일본대사관을 공격한 저항세력은 "이번에는 경고성이지만 다음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을 바그다드에 퍼뜨렸었다. '한국도 파병 준비 중'이라는 뉴스가 이라크에 여러 차례 보도되면서 대사관과 한국인 구호단체 요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위협성 경고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국 외교관은 지난달 반군에 수분간 납치됐었고, 바그다드로 향하던 한국의 한 구호단체도 최근 구호물품을 모조리 강탈당했다.

가장 유력한 파병예정국인 일본과 한국에 대한 이 같은 공격과 위협으로 연합군의 확대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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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티크리트에서 미 블랙호크 헬기 피격, 6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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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투숙 라시드 호텔 테러, 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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