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교통사고 … "대책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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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농도를 대폭 낮추고, 건물 옥상과 다리 난간에 펜스를 설치하고….'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자살이 사회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꼬리를 물면서 모방 자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교육인적자원부.농림부.청소년위원회.기획예산처 등이 자살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자살 방지 아이디어 중에는 복지부가 최근 외부용역을 통해 마련한 농약 농도를 낮추는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촌에서 농약 자살을 막기 위해 원액 상태의 농약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다. 원액으로 공급하는 것에 비해 운반.보관비용은 더 들지만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희석시킨 농약만 유통시키자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자살을 시도하다 다친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복지부는 고의로 자신의 신체를 손상시킬 경우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육부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살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우울증과 자살을 초래하는 집단 따돌림 등 학교 폭력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자살한 사람은 1만2047명으로,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7776명)의 1.5배를 넘었다. 자살자는 최근 들어 급증해 2000년 6460명이었으나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같은 기간 34.3%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통계청이 작성한 '사망원인 생명표'에 따르면 지금 태어난 아이가 자살로 죽을 확률은 2.63%로 고혈압(2.44%)이나 교통사고(1.76%)로 사망할 확률보다 높았다. 다만 당뇨(4.32%)나 위암(3.58%)으로 죽을 확률보다는 낮다.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40대였다. 통계청이 지난해 15세 이상 전국의 7만 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자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은 40대가 12.7%로 가장 많았다. 학력별로는 중졸자의 자살 충동이 12.5%로 가장 높았고, 소득별로는 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가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19일 자살 충동을 느낄 경우 정신보건센터의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생명의 전화(1588-9191)' 등의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획예산처도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현재 105개에서 2010년에는 230여 개로 늘리고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자살 방지를 위한 예산을 반영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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