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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원 … 협동조합이 주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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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들어 산업연수생 제도가 없어지고,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이었던 단체수의계약 제도도 전면 폐지됐다. 인력난에 시달리던 중소기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 제도도 정부의 병역의무기간 조정과 함께 2012년부터 전면 폐지되는 등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상당 부분 중소기업 현실과 다르게 진행돼 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 정책은 시기와 여건에 따라 당연히 합리적인 변화를 꾀해야 하고, 기업도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기업 환경이나 여건 등 현실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인력, 자금, 원자재가 상승, 환율 하락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의 애로는 더욱 크다. 지난해 2월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서울의 8배였다. 전국 191개 부도기업 중 지방기업이 120개인 62.8%를 차지했다. 전체 제조업체의 43.4%와 서비스업체의 51.6%가 지방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영환경이 판로.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연구개발 인프라 미비 등으로 수도권 기업보다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정부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무 기관인 중소기업청 외에도 노동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병무청 등 중소기업 지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펼치는 사업이 1400개를 넘는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의 많고 작음에 있지 않다. 지원사업의 규모와 방향, 즉 실질적인 면에서 찾아야 한다.

올바른 중소기업 정책과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선 현장 중심이 돼야 한다.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담당자가 직접 기업을 찾아가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인력.기술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사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을 지원하지 않고, 이미 외형적인 혁신이 이뤄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는 지역.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지방조합은 350개에 이른다. 사업조합까지 포함하면 578개 협동조합이 있다. 이들은 지역 중소기업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들 협동조합 이사장과 지역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지역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에 이어 이달 초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 협동조합연합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 지역 연합회가 지방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 지원 부서 등과 함께 지방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수립.집행한다면 현장 중심의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힘을 다하는 스퍼트이고, 권투 경기에선 결정타가 승부를 결정한다. 인력.자금 등 꼭 필요한 부분에 조금만 도움을 주면 알차게 성장해 지역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그들이 정부 담당자 책상 위에서 이뤄지는 서류심사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다가 공장 문을 닫는다면 국가적인 손해다. 지역.업종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그 폐해를 막을 수 있다.

김진태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