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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작품 묘한 매력" … 시선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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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르코 아트페어가 열리는 종합전시장 이페마 7관에 자리한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부스. 관객들이 천성명의 ‘그림자를 삼키다’(사진(1))를 보고 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비너스를 선보인 데비한(사진(2))과 해외 작가의 독특한 설치미술(사진(3))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자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앙증맞아요. 전체적으론 우울하고 고독해 보이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14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 북동부의 종합전시장 이페마(IFEMA). 아르코 아트페어 개막을 하루 앞두고 VIP를 위해 전시장을 개방한 이날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부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천성명의 조각 작품 '그림자를 삼키다'는 영혼이 없기에 그림자도 없는 인간을 통해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이야기한다. 4개의 조각을 한 세트로 한 작품가격이 5만 유로(약 6000만원). 개막 전날임에도 터키와 네덜란드 컬렉터가 구매했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이명진 대표는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와 철학이 담긴 작품이 해외 컬렉터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7 아르코 아트페어(15~19일)를 앞두고 한국의 현대미술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은 올해 주빈국으로 초청돼 14곳의 부스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전시장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한복판에 자리잡았다. 특히 거대한 금속 모양의 촉수가 움직이는 최우람의 '도시 여인'(갤러리 인), 폐타이어로 동물의 머리를 형상화한 지용호의 '돌연변이'연작(가나아트 갤러리), 데비한의 '비너스'(선 컨템포러리) 등에 관심이 쏠렸다.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송현숙의 회화(학고재)도 세 점이나 계약되는 등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도 판매 소식이 속속 날아왔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지의 271개 화랑이 참여했다. 이중 유럽에서 온 화랑이 스페인(84개)을 포함해 총 193개다. 숫자에서 보듯, 아르코 아트페어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포르투갈.멕시코 등 라틴 미술을 집중 선보이는 자리다. 아시아와 라틴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술시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바젤.피악 아트페어와 다르다. 아르코 조직위원회의 루데스 페르난데스 위원장은 "올해는 이미 유명해진 작가보다 젊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엔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과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방문해 주빈국인 한국 부스 등을 함께 둘러봤다. 이날 오후 10시 마드리드 시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르코 개막전야제에서는 스페인의 국내외 우수 컬렉터들을 시상하는 '아르코 컬렉팅 어워드'가 열렸다. 한국의 삼성미술관 리움이 국제컬렉터 부문에 선정돼 홍라영 리움 부관장이 미술관을 대표해 상을 받았다.

마드리드=글.사진 박지영 기자

◆주빈국=주요 손님이 되는 나라(主賓國), 영어로는 'guest country'다. 스페인 정부가 주도하는 아르코는 매년 한 국가를 주빈국으로 초청한다. 해당 국가는 아트페어 전시 공간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공연.영화 등 각종 문화행사도 아르코의 지원을 받으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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