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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가 개도국 나환자 도와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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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의 성 나자로 마을은 1950년 미국인 신부가 세웠고 선진국의 도움으로 운영됐죠. 하지만 현재는 한국은 나병(癩病)이 없다고 할 만큼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한국이 다른 나라의 나환자들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다음달 4일 오후 8시(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제1회 유럽 나자로 돕기 자선 음악회'룰 앞둔 봉두완(奉斗玩.68)씨는 "동남아 국가들의 나병시설은 아직 비참한 수준이다. 음악회의 수익으로 이들 국가를 돕겠다"고 말했다.

나자로는 성서에 나오는 종기 환자. 하지만 가톨릭에선 나환자들의 통칭으로 쓰이고 있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奉씨는 현재 국내에서 '나자로돕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33년 전 당시 성 나자로마을 원장이었던 고(故) 이경재 신부의 부탁으로 '나자로'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나자로 돕기 음악회의 후원기업을 구하는 등 늘 후원의 일선을 지켜왔다. 이 일을 하는데 언론계는 물론 정계.종교계 등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인맥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단다.

"지난 14년간 21차례 열린 음악회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그간 국내외 나병시설을 17곳이나 후원했습니다. 그중 특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몽골 등 아시아 국가를 집중 지원했지요."

이번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한국의 나자로 돕기 음악회를 유럽으로 옮긴 것. 독일 각계인사 2천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자선공연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나환자 돕기 음악회다. 이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奉씨는 가운데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유럽에서도 공연을 열어 봐야겠단 생각에 독일 지부의 회원을 통해 독일의 레만 추기경에게 뜻을 전했죠. 행사의 취지를 듣자 추기경께서 흔쾌히 동의를 해주시더군요."

奉씨의 이런 노력으로 이번 공연은 한국의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레만 추기경이 공동 주최한다. 공동주최국인 만큼 한국 천주교인도 다수 참여한다.

수원교구장인 최덕기 주교와 경기도 의왕시 성 나자로마을 원장 김화태 신부 등 20여명이 현지를 찾을 예정이다. 북한 주민을 돕는 단체인 천주교 한민족돕기 회장도 맡고 있는 奉씨는 "이런 국제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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