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밖] 왜 스타들이 '교복 모델'을 하는 거야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샐러리맨 가장 박모(42)씨.

'동방신기' 교복(아이돌그룹 동방신기가 광고모델로 나오는 교복 브랜드)을 사달라는 딸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장 한 벌 값을 넘는 브랜드 교복을 사주자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반값 정도인 중저가 브랜드를 사주자니 딸의 기가 죽을까봐 걱정스럽다.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봐 평소 "내가 너 나이 때는…"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 그지만, 이번에는 정말 참기 힘들다. 그러나 결국 참았다. 그가 학생 때 입었던 교복은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학생신분을 나타내는 검은 유니폼이었다. 성장 속도를 고려한 어머니의 배려 덕분에 포댓자루만한 교복을 접어 입고 중학교 입학식을 치렀다.

그때도 물론 '브랜드'가 있었다. 지금도 건재한 E교복과 S교복이 시장을 양분했다. 당시 교복은 학생에게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광고 타깃은 학교 임직원과 부모들이었다. 그래서 광고 카피도 '질기고 경제적이다' '물에 빨아 바로 입는다' 등 원단 품질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학생의 자랑, E학생복지' '합격의 영광을! S학생 복지' 등의 문구는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지 않았다. 학생들도 교복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깜장 교복'을 멋있게 입을 수 있을까 정도가 일부 학생의 관심사였다.

제5공화국 들어 교복이 없어졌다가 1990년대 교복자율화가 실시되면서 많은 학생이 다시 교복을 입게 됐다. 96년 후발 I브랜드가 광고 컨셉트를 '다리가 길어보이는 학생복'으로 설정하면서 교복시장은 요동쳤다. 이 광고는 '롱다리'(개그맨 이휘재가 히트시킨 유행어)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자극, 학생들이 교복을 지명구매하는 시대를 열었다. 교복업체들은 앞다퉈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를 광고모델로 모셨다. 교복광고는 외모 지상주의와 '스타'와의 동일화 심리를 부추기는 '효율적' 수단이 됐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브랜드명 대신 광고 모델명으로 교복을 구별한다. '동방신기 교복' '슈퍼주니어 교복' 'SS501 교복' 등.

게다가 교복광고는 '잘록 허리라인' 'S라인이 예술이다' 등의 카피로 패션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교복 튜닝'까지 권고한다. 교복업체들은 광고비가 교복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박씨에겐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동방신기 교복'을 외치는 딸 아이를 뒤로하고 무거운 출근길에 나선 그는 결국 짜증 섞인 한마디를 내뱉는다. "왜 동방신기는 교복모델을 하는 거야."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