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장원 주제의 형상화 일품…패기 아쉬워|차상 산만하지만 언어 다루기 수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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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근자에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시조단의 추태를 보면서 시조를 쓴다는 것 자체에 큰 회의를 느낀다.
제사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둔다는 속담처럼 작품으로 시조단을 풍요롭게 할 생각은 아예 접어두고 그 알량한 감투 싸움에 혈안이 된 모양이다.
시조문학 발전을 위해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은 협회라면 단체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협회다 뭐다하는 단체에 참여하지 않고도 빛나는 작품을 남긴 다수의 시인이 있었고 그들의 작품이 오늘의 시조문학 맥을 이었으며 오늘의 시조단 풍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 지면을 통해 굳이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문학을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나 삶의 장식으로 생각하는 문학지망생이 늘어 문단의 진정성 내지 순수성이 위협받는 시대에 작품과 무관한 일에 더 많은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생각을 가진자가 있다면 미리부터 문단에 얼굴을 내밀 작정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해두고자 함에서다.
장원에 오른 최주영씨의「어느 바람의 독백」은 무난한 가작이었다.
신인으로서의 패기가 아쉬웠으나 주제를 형상화하는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차상에 오른 이희규씨의 「태풍, 캐틀린」은 좀 산만한듯하지만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일정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좀더 다듬는 노력이 있기를 당부한다. 이런 얘기는 차하 손명희씨의「엉겅퀴의 꿈」에도 해당된다.
이 밖에 입선에 오른 김세영씨의「거리에서」, 김은지씨의「피서지 풍경」, 이현씨의「제주도」, 이원식씨의「물안개」, 한분순씨의「산아리랑」등도 조금만 더 갈고 다듬는 노력을 기울이면 수준급에 이를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심사위원: 윤금초·박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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