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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 AG 5회 연속 우승→소속팀서 '짐 싼' 그들은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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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12월 19일 강태구(46) 전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인 부산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본지 12월 22일자 1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5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귀국(17일)한 지 이틀 만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이때 세 명의 선수도 함께 짐을 쌌다. 27세 동갑내기로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였던 이민희.강지혜.이공주였다. 이들은 제일화재(부산시설공단 전신) 시절부터 강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다.

지난 연말 강 감독은 세 선수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하러 부산에 내려갔으나 팀은 단체로 스키장에 가고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조용히 부산을 떠났다.

실업자가 된 강 전 감독은 9일 강원도 홍천에서 개막한 핸드볼 큰잔치에서 심판으로 뛰고 있다. 13일에는 경희대와 조선대 경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세 선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민희와 강지혜는 지금 일본 히로시마에 있다. 일본 여자핸드볼 팀인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의 임오경(36) 감독이 그들을 불렀다. 임 감독은 기자와의 국제전화를 통해 "히로시마에서 뛰고 있는 김진순이 그들의 친구다. 운동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데리고 왔다. 선수들 수준이 높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아줌마 신드롬'의 주인공인 임오경은 현재 히로시마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전북 정읍여고 출신인 임오경은 원광대(전북 소재) 출신 강 감독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임오경은 1월 중순께 강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애들 잠깐 데리고 있을게요. 놀면 뭐해? 운동해야지."

강 전 감독은 "너무 고마웠다. (내가) 다른 팀 감독으로 가면 애들을 반드시 데려올 것"이라고 했다.

실업 최장신(1m86㎝)인 강지혜는 유럽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팀 선배 허영숙이 뛰고 있는 덴마크 리그에서 특히 관심이 많다. 이민희는 여러 실업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정상급 골키퍼다. 임 감독은 "두 선수는 20일간 훈련을 마치고 14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나는 주말께 갈 생각이다"고 했다.

이공주는 결혼 준비가 한창이다. 4월 8일 강원도 양양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강 전 감독은 "아까워서 안 된다. 무조건 다시 운동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공주는 "아직은 생각한 바 없다"고 했다. 약혼자 이인섭(30)씨는 "본인만 좋다면 언제든 다시 운동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세 선수의 행보는 핸드볼계의 큰 관심사다. 관계자들은 "세 선수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그들이 가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천=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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