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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검치'없는 검찰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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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1의 검치가 고문을 묵인하면서 자백을 받으려 하다 발생했다면, 이번 제2의 검치 의혹은 회유 또는 협박을 통해 피의자의 진술을 조작하려다 발생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경찰과의 논쟁에서 검찰은,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실태를 비판하면서 자신이 '인권옹호기관'임을 강조해왔다.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법원과의 논쟁에서 검찰은, 자신이 사법부와 같은 격을 갖는 '준사법기관'임을 강조하며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訊問)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제1의 검치는 검찰이 인권침해 방조기관임을, 제2의 검치 의혹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2004년 대법원 판결이 왜 나왔는지를 잘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수치스러운 일이 검찰에서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원인은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참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는 수사에서 피의자는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 놓여 자기방어권을 행사하기가 매우 어렵고, 수사기관은 폭행.협박 등 각종 불법 행위를 범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2003년 대법원은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제도 보완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수사 실무에서도 변호인 참여를 반기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둘째, 피의자신문의 영상 녹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피의자신문의 영상 녹화는 피의자신문 과정을 투명화해 인권침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피의자의 진술을 정확히 보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여야 간의 정쟁이 격화되면서 이 법안은 제대로 심의도 받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 전후로 검찰은 수사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자백감면(減免) 협상'(플리 바기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형사 절차에서 이 협상은 공식적으로는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론 밀실에서 수사기관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 점에서 자백감면 협상을 정형화하고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백감면 협상은 시민의 형사재판 참여, 철저한 공판중심주의의 실현이 이뤄지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형사사법을 위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러한 사법개혁 조치는 외면하고 자백감면 협상의 도입만 주장하는 것은 검찰의 권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검찰 수사방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돌이켜 봐야 한다. 원인 진단을 담당 검사 개인의 성격이나 과욕에서만 찾는다면 제3, 제4의 검치는 또 발생할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검찰이 자백 획득에 의존하는 수사에서 벗어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난 뒤 자백 획득을 꾀하는 과학수사 체제를 강화하고, 피의자신문 과정을 투명화해 인권침해의 논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길 고대한다. 그리고 국회도 시급히 관련 사법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조 국 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