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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타협안돼 5개월째 "몸살"|대구엔 아직도 페놀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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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낙동강식수원 페놀오염에 따른 임산부피해배상문제가 발생5개월째가 되도록 매듭지어지지않자 대구지방피해주부들이 두산본사와 대구시청등 관계당국에 몰려가 집단시위를 벌이는등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피해배상을 요청한 주부들은 기형아 출산우려·임신중절등을 들며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등에 대해 두산전자측이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두산전자측은 명백한 피해증거가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고 분쟁조정위원회측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 이 사태는 법정소송으로 지 번질 조짐이다.
지난달17일 두산전자측의 분쟁조정신청을 접수한 대구지방환경분쟁조정의원회는 외국에서 조차 이같은 분쟁사례가 없어 곤혹스러워 하고있다.
◇임산부피해=「페놀오염」에 대해 배상신청한 주부들은 「페놀임산부피해자모임」을 조직, 두산전자측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산부 8백37명>
임산부들의 피해배상신청은 모두 8백37명에 1백51억3천1백만원으로 1억원이상을 신청한 주부들만도 54명에 80억8천6백여만원에 이르러 전체신청액수의 53·4%를 차지하고 있다.
이가운데 배상금액을 기재한 사람은 8백37명중 45%인 3백73명이며 나머지 55% 4백64명은 배상금액을 기재하지 않은채 피해사실을 진술한 신청서만을 제출했다.
신청금액중 최고액은 20억원(1명)이며 최저는 3천원으로 1인당 평균액은 4천56만6천원. 이를 유형별로 보면 태아에 이상이 생겨 기형아출산등을 우려한 피해신청이 5백93명(71%)으로 가장 많고 유산에 따른 정신적 피해신청이 1백32명(16%), 중절수술에 따른 정신적피해 및 치료비신청이 1백12명(13%)등이다.
전체피해자중 최고액을 신청한 정현숙씨(29·대구시신천1동)의 경우 유산에 따른 정신적 피해배상액 10억원과 생활비를 신청했으며 윤근선씨(26·대구시만촌동)는 기형아 출산을 우려, 임신중절수술뒤 가족들간의 불화등으로 본 정신적 피해와 수술비등 1억5천만원을 신청했다.

<물마신뒤 사산도>
백금자씨(33·대구시침산동)는 출산예정일 1주일을 앞두고 페놀이 섞인 수돗물을 먹고 3일동안 심한 구토와 설사뒤에 뱃속의 아기가 한쪽으로 몰려 제왕절개수술을 했으나 사망했다는 것.
새생명을 잃고 충격을 받은 백씨부부는『돈으로 고통에 대한 완전보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정신적 괴로움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을 꼭 받아야만 한다』며 『두산측이 배상을 거절할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고액을 신청한 정씨의 남편 김경식씨(31·상업)는 『그동안 정부의 환경정책으로 볼때 신청한 10억원은 고사하고 단돈1원도 배상받기 어러울 것』이라며 『당초 대기업과 환경정책입안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해 배상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적지않은 피해자들은 현재임신상태에서는 알수 없으나 출산뒤 아기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형성을 염려해 배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임산부중 배상신청서와 함께 유산·임신중절·치료내용동이 기재된 산부인과의 진단서를 첨부한 사람들은 10%에도 못미치는 70여명에 불과하다.
피해자모임 공동대표 이택해씨(29·여·대구시평이동)는 『유산이니 임신중절뒤 진단서를 첨부하지 못한 것은 피해사실에 대해 산부인과에서 진단서발급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적피해는 보상>
◇두산측 입장=두산전자는 대구시및 시민단체를 통해 접수된 각종 피해신고 1만3천4백81건 1백70억2천9백만원중 물적피해가 확인된 1만1천36건 10억1천8백만원에 대해 6월말까지 배상을 끝냈다.
그러나 정신적 피해 1천3백77건 1백57억5천5백만원과 피해사실확인이 어려운 15건 6천3백만원,금액미기재 6백64건등 2천56건 1백58억1천8백만원에 대해서는 지난달 17일 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두산전자측은 조정신청에서『페놀이 암유발이나 기형아출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입증이 없고 페놀로 인해 유산됐거나 임신중절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기형아 출산우려등 태아의 건강상태점검을 위해 임산부 3천1백1명에 대해 지정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한 결과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근거 필요>
두산전자측은 임산부 이외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신체적 손해가 불분명한 상대에서는 정신적피해의 입증이 어렵고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등을 고려해 대구시에 수질개선기금으로 2백억원을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조정위원회=올해 첫시행된 환경오염피해분쟁조정법에 따라 지난 5월14일 20명으로 구성된 대구시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정충검대구부시장)는 그동안 세차례의 모임을 갖고 피해자들과 두산전자측이 직접해결하지 못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조정에 나섰다.
조정위원회는 그러나 임산부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신적 피해보상은 외국에서조차 사례나 배상금액의 산출근거도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조정위는 지난달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피해배상조정안을 논의, 임산부피해·기타정신적피해·물질적피해등 유형별로 나눠 환경관련 연구교수와 변호사·시민단체대표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을 3명씩 배정,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기준없어 어려움>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과 두산전자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재정)신청할수 있다.
그러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의 재조정작업이나 결정에도 불구하고 끝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법정에서 민사소송으로 해결할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인 문태길변호사(48)는 『임산부들의 배상신청이 막연한 것이 대부분이며 환경오염에 따른 정신적피해 배상사례에 대한 선례가 없어 조정작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임산부들의 정신적 피해보상이 조정위를 거쳐 중앙조정위까지 가서 논란을 빚다가 결국 두산전자와 피해자끼리의 법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에대해 대구시민들은 『정신적피해에대한 배상이 어렵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당한 엄청난 고통을 감안할때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배상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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