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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앞세우다 경제활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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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성장 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제자율'보다는 '사회복지'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것이 경제주체들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13일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대에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40여 개 학회 소속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논문 300여 편을 발표했다. 첫날은 '외환위기 10주년'이라는 주제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14일에는'한.중.일 경제통합' 문제를 다룬다.

◆ 경제 운영 틀에 관한 국민적 합의 필요=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성공적으로 개혁을 한 모범국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투자 부진, 저성장, 양극화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과 경쟁이라는 영미형 제도를 뿌리 삼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혼합식 모형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경제 운영 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 기업 규제 과감히 풀어야=김태준(동덕여대).유재원(건국대) 교수는 외환위기 전 8%대였던 성장률이 5% 밑으로 내려오고, 잠재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자율성 부족 탓이라며 과감한 기업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정부는 '시장개방과 경제자율' 보다는 '시장개방과 사회복지'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했던 빅딜 등 구조조정 정책을 거론하며 "우리 경제의 비효율성을 치유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또 "노무현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시장 개방은 확대했지만 국내시장에 대한 억압은 지속, 강화했다"며 "특히 부동산.교육.금융.관광 등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낙후된 금융시스템이 경쟁력 약화 주범=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모습을 '글로벌 기업의 신장과 중산층 이하의 퇴조'로 요약했다. 그는 "금융시스템의 낙후와 산업 부문 간 생산성 격차가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금융시스템이 단기 수익성 추구에만 치중해 경쟁 산업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간 주도로 금융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방을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 특권 계층화한 대기업 노조 변해야=이제민(연세대).조준모(성균관대) 교수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기업의 이윤율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의 대기업에서는 노조의 역할이 기업 이윤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이 기업의 수익성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최근 대기업 노동조합이 이익 집단화하고 있다는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81~86년에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집단 목소리 효과'가 대기업보다 컸고, 88~96년 민주화 과정에서는 비슷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기업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 이들의 연구 결과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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