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약물복용 학습효과 떨어뜨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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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고입·대입시험이 3∼4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각성제등 각종 약물이 중·고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방학기간중 공부가 미진했다고 생각하거나 평소성격이 불안한 학생들이 이들 약물에 쉽게 빠져들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각성·진통·신경안정제등의 약물은 강박·초조감등을 일시적으로만 누그러뜨릴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고생층에서 남용이 심한 약물을 중심으로 복용실태, 건강에 끼치는 영향, 남용을 방지하는 법등을 알아본다.
◇복용 실태=한국약물남용연구소 주왕기소강(강원대 교수)이 최근 고교3학년 남녀학생 5천70명을 대상으로 각종 약물의 남용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진통제39%▲각성제 9%▲수면제6%▲신경안정제 4%등의 순으로 학생들이 약물사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과거 남용비율이 컸던 각성제의 사용이 최근들어 주츰해졌다는 것.
주소장은 『코피를 마시는 학생들이 요즘들어 크게 늘면서 각성제를 복용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든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소장은 그러나 코피 역시 해로운 점이 있으므로 절제해 마셔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정효과를 노리고 먹는 진통제의 경우 여학생들의 복용비율(45%)이 남학생에 비해 10%포인트이상 높아 여학생들이 더 불안·초조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끼치는 영향=각성제·진통제등 남용대상약물은 원래 특수한 치료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것으로, 두번 세번 계속 복용하면 중독성·습관성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김영숙학술분과장은 『예컨대 각성제의 경우 보통 한알에 카페인이 50㎎정도 들어있는데 두 알이상 먹을 경우 심장이 두근거리고 위산분비등이 촉진돼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약물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놓고 지금도 시비의 대상이 되고있을만큼 위해성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수면제중 하나인 「할시온」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이를 복용한 한 여자가 자기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 문제가 되고있다.
할시온에 함유된 벤조다이아핀이라는 성분이 증오와 환상·적대감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면서 사건의 파문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
법원에 계류중인 이 사건의 판정이 어떻게 나든 우리나라 학생들의 상당수가 각성제와 수면제를 복용하고있다는 점에서 경종이 되고있다.
특히 수면제와 각성제를 혼용할 경우 자칫 두가지의 효과가 번갈아 상승되는 스피드볼(Speedbal1)효과가 있을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소장은 『흥분제인 각성제와 진정제인 수면제가 동시에 우리 몸에 작용할때 생기는 스피드볼효과는 미묘한 정신상태를 만들어 아주 몸을 망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처방안=김영숙 학술분과장은 『극소수지만 어떤 학부모들은 공부를 독려한다며 직접 각성제등을 사다주며 학생들에게 복용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모의 올바른 관심을 촉구했다.
주소장은 『청소년·학생들의 비행과 약물남용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자녀들과 충분한 대학로 약물을 찾게되는 학생들의 심리상태, 즉 불안·강박·초조감등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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