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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최루가스… 한밤 탱크진압/유혈로 치닫는 소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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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닌그라드등 수십만명 시위/러시아공·발트3국 “망명정부 불사”/상점에 회유용 생필품 갑자기 등장
정변상황 3일째를 맞은 소련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행선을 알 수 없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들의 쿠데타반대시위가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각 공화국 수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새벽 출동군과 옐친휘하의 시민사이에 최초의 유혈사태가 벌어져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화염병·돌로 탱크공격
○…소련군의 탱크 다수가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레닌그라드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새벽 일단의 탱크가 모스크바의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사당으로 진격한 것과 동시에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이 발생,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일원에 야간통금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날 새벽 장갑차량들이 의사당주변에 설치된 전초 바리케이드를 뚫고 돌진해 대혼란이 빚어졌으며 인접한 지역에서는 자동소총의 발사음으로 보이는 여러 발의 총성과 최루탄 가스가 피어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목격됐다.
독립적인 라디오방송인 에코모스크바(모스크바의 메아리)는 러시아공화국 RIA통신을 인용,의사당 주변에서 총격전으로 1명이 사망하고 여러명이 총에 맞거나 차량에 깔려 부상했다고 말했으나 현장에 가있는 로이터 통신의 사진기자는 소련군 탱크의 기갑병이 쏜 총에 맞아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했다.
러시아공화국 방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사당주변에는 국가비상위측의 해산명령에도 불구하고 3백여명의 무장한 직업군인과 3백여명의 아프간전 참전용사,1천5백명에서 2천여명에 이르는 군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사당내에 남아있던 한 소련기자는 정부군의 탱크들이 통금령이 내려진 직후인 새벽 0시30분쯤 1차방어선을 돌파한뒤 의사당쪽 가까운 곳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4명이 숨지고 미국인 1명이 무장차량에 깔렸으며 10명이 부상했다고 AFP기자는 전했다.
○…볼셰비키 혁명의 진원지인 레닌그라드에서는 이날 20만명의 시민들이 동궁 주변의 광장에 운집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에 항의하고 국가비상위의 조치를 비난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시관계자들은 밝혔다.
레닌그라드 외에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15만명을 상회하는 시위대가 옐친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사당 건물 밖에 운집,축출된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며 몰다비아공화국 수도 키시네프에서도 같은 시위가 있었다.
이보다 앞서 시베리아 북부의 보로쿠타 지역에서는 5개 광산의 광원 수천명이 옐친의 총파업 호소에 따라 20일 오전을 기해 전면파업에 들어간바 있다.
○공정대 사령관 체포
○…모스크바 시내에 배치된 소련군중 3개 부대가 개혁파 지도자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 진영에 가담했다고 한 러시아공화국 고위관리가 20일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러시아공화국 정부산하 러시아정보국은 소련국방부소속 공정대사령관 파벨그라체프장군이 옐친대통령을 지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 외무위원장 블라디미르 루킨은 소련 육군의 랴잔 공정사단과 세바스토폴 보병연대 및 특수부대인 타만 수비대 기갑사단소속 1개 대대가 옐친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루킨의장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 3개 부대 외에도 다른 2개 소련군부대의 사령관들이 러시아 공화국의회 건물을 방문,러시아 공화국 당국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기갑차량 백80대 이동
○…국가보안위원회(KGB)와 붉은 군대의 정예부대에서 차출된 탱크 1백20대와 장갑차 60대등 대규모의 기갑차량행렬이 20일 아침 레닌그라드를 향해 이동했다.
이와 함께 발트해 쪽의 에스토니아공화국에서는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수도 탈린에서 불과 10㎞떨어진 지점에서 74대의 소련군 경기갑 차량과 39대의 트럭이 이동중인 것이 목격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고 우크라이나공화국 수도 키예프 외곽에서도 소련군의 이동이 목격됨으로써 이들 지역에서도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시민 저항 모습도 보도
○…발간이 허용되고 있는 관영 이즈베스티야지의 19일자 신문이 옐친성명 전문을 게재하는 문제로 사내마찰을 빚은 끝에 하루 뒤인 20일 발간됐다.
이 신문 문선공들은 19일 편집장이 옐친성명 전문을 게재하기를 거부하자 파업에 들어갔으며 뒤늦게 성명문 대부분을 게재한 채 20일 오전 발행됐다.
석간신문인 이 신문의 20일자는 정상대로 발행됐는데 1면에는 모스크바 시민들이 탱크주변에 모여 항의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게재됐으며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 헬무트 콜 독일총리,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고위관리등의 쿠데타 비난 성명등도 게재돼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공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은 20일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공화국 망명정부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중인 코지레프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옐친대통령이 반란에 대해 승리할 것이며 헌정질서를 회복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고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대통령이나 총리·외무장관이 망명정부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내임무중의 하나는 망명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정부 관리 임명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등 독립을 추구해온 발트해 연안 3개 공화국들도 유사시 망명정부 수립임무를 담당할 관리들을 임명했다고 비관영 발트팩스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렌나르트 메리 에스토니아 공화국 외무장관,다이니스 이반스 라트비아 공화국 최고회의 제1부의장,리투아니아공화국 알기르다스 사우다르가스 외무장관등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수년전부터 상품이 진열되지 않아온 소련 국영상점에 고르바초프 실각 직후부터 상품들이 진열되고 있다.
과거 먼지만 쌓인 텅빈 진열대가 상징처럼 돼있던 국영 식료품가게에는 이른 아침부터 모스크바 시민들이 줄을 서 소시지·치즈·코피·설탕·닭고기 등을 포함,「금쪽같던」훈제연어까지 사고있는 모습이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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