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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무자 개·돼지처럼 부렸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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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조차 개최된 적이 없는 마쓰시로대본영(송대대본영)전시회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돼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한일양국국민들에게 마쓰시로 문제를 같이 생각하고 지나간 불행한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일제강제징용의 대표적 상징이랄 수 있는 「마쓰시로」와 관련, 진상규명작업과 함께 현장보존에 앞장서온 재일동포 일본인 야마네 마사코(산근창자·52·일본동경거주)씨는 열세침략과 만행의 과거역사는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13일 마쓰시로대본영조사연구회(회장 박창희외대사학과교수) 초청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은 그는 『일제는 조선인노무자들을 인간이 아니라 개·돼지처럼 취급해 소모품 처리했는데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너무 비극적인 일이라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그와 마쓰시로를 결코 떼어놓을수 없는 것은 그가 바로 마쓰시로 대본영공사에 강제동원 된 조선인노무자를 아버지로 하여 태어난 「혼혈아」이기 때문. 그의 부친 김석태씨(본적 충북옥천군청성면서수리)는 태평양전쟁말기인 44년10월부터 이듬해 일제가 항복할 때까지 마쓰시로 노무자로 일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는 5세였다.
일제는 44년6월께부터 패전의 기색이 짙어지자 이른바 본토 대결전을 위해 나가노(장야)현 마쓰시로 일대 3개의 암산에 거대한 지하동굴을 뚫어 일본군대본영·일왕의 거처·정부기관·NHK등을 입주시킬 계획이었다. 폭4m·높이3m·총연장13km에 이르는 지하동굴굴착공사에는 강제징용한 조선인 7천∼1만여명이 투입됐는데 이중 1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가 마쓰시로 문제에 뛰어든 동기는 단순히 내가 조선인노무자의 딸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지요. 아직도 일본사람들은 마쓰시로에 강제동원 됐던 조선인 노무자들을 개·돼지나 천민집단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국적이 일본이고 한글은 모르지만 가해자인 일본인이라는 느낌은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일생을 피해자로 살아왔다』고 했다.
이번 방한을 뜻깊게 하기 위해 그는 「평화의 장미」라 불리는 안네 프랑크장미50주를 일본에서 가지고 왔는데 『나의 모든 심정을 이 장미에 담았다』고 했다.
한편 마쓰시로 대본영전시회는 마쓰시로조사연구회가 중앙일보·한양유통의 후원을 얻어 지난 6일부터 광복46주년특별기획사업 일환으로 갤러리아백화점에서 18일까지 개최중인데 마쓰시로 관련 사진1백여 점과 당시의 굴착장비·군화·탄약통 등 유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정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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