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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같은 소설, 다른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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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배경으로 한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는 할리우드와 소련에서 경쟁하듯 영화로 만들었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 소년병 시각의 반전 소설로, 극장용과 TV용 영화가 만들어졌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른 영화 두 편씩 4편을 감상해본다.

◇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킹 비도 감독의 1956년 작 '전쟁과 평화'는 오드리 헵번.멜 파라.헨리 폰다의 호화 캐스팅에다, 제작비 6백만달러가 투입된 대작 문예물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합작한 2백8분짜리 영화는 원작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지나치게 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패러마운트사에서 출시한 '전쟁과 평화' DVD는 마이너 제작사의 복제품과 격을 달리하는 선명한 색감과 웅장한 음질을 자랑한다. 북이탈리아에서의 전쟁 장면 촬영, 헵번과 파라 부부가 로마에서 환영받는 모습 등이 수록된 짤막한 선전용 흑백 다큐멘터리가 보너스로 들어 있다.

할리우드에 선수를 빼앗긴 소련은 국가위원회의 지원 아래 원작에 충실한 '전쟁과 평화'를 만든다. 소련의 유명한 배우 겸 감독.시나리오 작가인 세르게이 본다르척이 감독.주연한 '전쟁과 평화'는 65년부터 67년에 걸쳐 공개됐다. DVD는 디스크 4개에 5백7분의 4부작을 차례로 수록하고 글 자료를 빼곡하게 첨부했다. 다섯번째 디스크는 동영상 보너스로 '전쟁과 평화' 제작 회고 인터뷰,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메이킹 필름이 들어 있다.

또한 톨스토이의 생애와 사상, 소설 '전쟁과 평화'설명, 톨스토이의 마지막 행적과 장례식, 생전 모습이 기록된 필름을 보여주는 다큐 3편이 들어 있다. 톨스토이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은 귀한 다큐는 본 영화 못지 않게 심금을 울린다.

◇서부 전선 이상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조국이 부른다"고 선동하는 교사의 연설에 감동해 참전을 결심하는 고교생 7명. 그러나 전쟁은 쥐와 함께 하는 야전 생활, 굶주림, 조국과 가정으로부터의 망각을 견뎌야 하는 생존 싸움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루이스 마일스톤의 1930년 작 흑백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속편 '더 로드 백(The Road Back)'으로 이어졌다. 컬러 TV용 리메이크작인 델버트 만의 79년 작 역시 에미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화질.음질.부록이 빈약하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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