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전경련 원한다는데 … 정부와 싸워 이길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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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단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준기 동부 회장은 좀 더 강력한 전경련을 원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재계가)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나. 싸워서 얻을 게 없다. 정부에 잘 협조하면서 정책을 바꿔나가는 게 옳다고 본다."

최근 회장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강신호(사진) 전경련 회장을 8일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 로비에서 따로 만났다. 며칠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듯 움푹 팬 눈두덩이 더욱 깊어 보였다. 그는 "(회장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까지 일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연임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금 심정은.

"마음을 비웠다. 편안하다. 약속은 지키고 매사에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배운 것이다. 어제(7일)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6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체력이 좋지 않으면 쓰러졌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1일 시작될 대통령 유럽 순방 일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예정대로 동행할 것이다."

-섭섭한 마음은 없나.

"손길승 회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기 전 피해 다닌 적이 있다. 그러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죄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된 것이고,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집안 문제와 전경련 회장직을 결부시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처음 몇 차례 정도 나오더니 그 이후론 나오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단에서 사퇴한다기에 만나려고 연락을 취해봤지만 만날 수 없었다."

-회장단 내에서 용퇴해 달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나.

"여러 얘기가 있었다는 걸 잘 안다. 회장단도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자꾸 이야기가 나오기에 '그럼 나는 안 하겠다. 추대위를 통해 후보를 뽑으라'며 고사했다. 대통령 순방은 동행해야겠기에 총회를 2주 연기해 그때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추대위에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전경련이 나아갈 방향은.

"재계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상의해야 한다고 본다."

-동아제약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제약업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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