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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평가」만으로 풍수해 못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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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달 폭우로 경기도용인군등지에서 1백여명의 사상·실종등 인명피해와 9백30억원의 재산손실을 낸 수해를 놓고 요즘 행정당국과 여론이 자존심대결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환경처가 『용인지역 산사태가 골프장 건설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데 대해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당국이 기업을 지나치게 비호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피해를 낸 대재앙을 다루는데 있어 지금까지 관례와 달리 피해자들에게도 결코 유리하다고 할수 없는 방향으로 사태가 유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그 결과는 민심의 재난극복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그 흔하던 수해의연금도 답지하지 않는 흉흉한 세태를 만들고 말았다. 90년 경기도일산수해때 전남의 보은의연금이 전달되고 전국민이 수해복구에 동참했던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실태를 절감하게 된것이다.
여론은 용인지방의 수해가 모두 골프장건설에 의한 것인양 이끌어 가고 있으나 실제로 용인군의 경우 산이 무너진 9백20개소 가운데 33%정도인 2백65개소만이 현재건설중인 골프장주변이므로 나머지는 자연재해로 보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백㎜의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책임이 모두 골프장에 있는 것처럼 전가되고 있음으로 해서 복구이전에 시비로 말려들였고 피해자와 여론, 골프장과 당국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피해자들은 자칫 어느쪽으로부터도 보상받지 못해 궁지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환경처가 시행하고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격상·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시에 대한 문제다.
이에따라 지난1일부터 주민의견수렴이 의무화되어 집단민원과 부실한 평가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환경영향평가만으로는 이번과 같은 대형재난을 막을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환경처는 기상·지형지질·동식물·해양·토지이용·대기및 수질·토양·페기물·소음진동·악취·전파장애·일조·위락경관·위생보건·인구주거·산업·교육·교통·문화재등 21개항목에 대한 환경평가를 담당하고는 있으나 그 어느항목으로도 자연 또는 인공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정조처를 내릴수 있도록 되어있지는 않다.
재해대책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의지를 집행하는 곳은 환경처가 아니고 내무부민방위본부와 건설부다. 이처럼 행정체계상으로나 입법부가 인정하는 예산집행기관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엉뚱한 환경처에 재해예방업무를 시행케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마침 내무부의 민방위업무와 중앙재해대책업무가 병합됐으므로 당국은 예상밖의 기상이변과 사회발전에 걸맞은 방재평가제를 하루빨리 수렴·시행하여 제2의 용인재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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