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시위 주역 왕단 홍콩대 교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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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89년 천안문(天安門) 민주화 시위 주역의 한 사람으로 중국 당국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왕단(王丹.37.사진)이 중국의 특구인 홍콩 거주를 신청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왕단을 인터뷰, 현재 박사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그가 올봄 논문을 완성한 뒤 홍콩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얻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은 미국 하버드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UCLA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학위 논문을 준비해 왔다.

왕단은 2003년 둥젠화(董建華) 전 행정장관 시절에도 홍콩 거주 신청을 냈으나 거부됐다. 왕단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들(중국)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왕단의 홍콩 거주가 홍콩의 이해관계를 나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도 그렇게 희망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점치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홍콩 체류가 잠정 목표이지만 가장 큰 꿈은 중국으로 돌아가 모교인 베이징대의 총장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나를 퇴학시켰던 사람들을 쫓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왕단의 홍콩 거주 신청이 중국에는 천안문 시위 재평가와 관련한 새로운 시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단은 천안문 시위 뒤에도 중국에 머물며 관련 인사들의 해외 망명을 돕다가 90년 체포돼 4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됐다. 96년 다시 체포돼 98년까지 투옥됐다가 병 치료를 이유로 석방돼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 뒤 미국에 거주하면서 중국 민주화와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벌여 왔다. 중국 헌법의 민주적 개정을 요구하는 중국헌정협진회의 의장도 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천수이볜 총통의 기밀비에서 활동자금을 지원받았다는 보도가 대만에서 나오기도 했다. 왕은 "돈은 받았지만 정치적 조건이 없는 개인 지원금이었다"며 "누가 돈을 댔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천안문 사태 직후 상당수 학생 지도자가 당시 영국 통치 아래 있던 홍콩을 통해 중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홍콩에는 노동운동가 한둥팡(韓東方), 인권운동가인 프랭크 루(盧四淸) 등 천안문 시위 관계자들이 일부 거주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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