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협댐싸고“호떡집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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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양자강허리쯤에 위치한 양자강 삼협지역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자는 해묵은 논쟁이 최근 중국전역을 강타한 홍수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삼협이란 양자강 상중류에 자리잡고 있는 파협·무협·명월협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사천·호북 두 성에 걸쳐 있으면서 예부터 뱃길이 어렵기로 소문난 곳이다.
만리장성에 버금갈 정도로 중국최대규모의 역사로 꼽히는 삼협댐공사안이 처음 제기된 것은 무려 32년전부터다.
당초 중국정부가 구상한 댐건설 계획은 티베트고원에서 발원, 상해너머의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중국최장의 양자강을 최대한 이용, 자연재해도 줄이고 에너지자원도 확보하자는 일석이조의 개념에서 비롯됐다.
세계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짐작되는 삼협댐 공사가 실제로 착공될 경우 중국전체인구의 8%에 달하는 3천5백만명의 주민들이 보금자리를 떠나는 중국판「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강철과 돌로 건설되는 이 댐이 완공되면 총 1만7천6백80메가W의 전력이 확보됨은 물론 양자강의 잦은 범람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다는 이점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맞부딪치면서 32년씩이나 댐공사가 미뤄져 온 이유는 규모가 큰 만큼 댐건설에 수반되는 제반문제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총공사기간 18년, 건설비 1백8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댐공사는 외화부족과 국내경제부조로 허덕이는 중국정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사업일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는 지난58년부터 84년까지 여섯차례나 댐건설 토론 소위를 소집, 댐건설에 따른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했으나 ▲자본부족 ▲정치적 불안정 ▲전쟁발발위험 ▲반대여론등의 부정적 요인들을 고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구나 5백92km에 걸친 대규모 저수지가 댐공사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돈이나 생태파괴가 아니라 중국정부가 댐토론 과정에서 보인 독단이다.
중국정부는 당초 논의과정에서부터 현지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중국고위당국자들도 단선적인 경제실익만 고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능력부족」을 실감, 뒤로 엉거주춤 물러난 형국을 거듭, 인민들의 빈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천안문사태등 최근의 인권탄압·독재강화움직임으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한껏 움츠러든 상황이어서 건전한 비판토론문화가 댐건설논의 과정에 반영될 소지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 삼협댐 건설문제가 새삼 고개를 들기 시작한 배경에는 지난 5월중순부터 2개월간 중국전역을 강타한 홍수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1천7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천3백만t의 여름농작물의 피해를 불러온 이번 홍수로 중국은 공식집계로 약 4백40억위안 (원·6조6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91년도 총세입규모는 3천4백38억 위안이었다.
따라서 연례행사처럼 매년 양자강의 범람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수많은 인민들의 목숨을 잃느니 차라리 댐공사를 강행하자는 논의가 다시 고개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댐건설 논의는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은 듯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신문이나 잡지에서 댐건설에 반대하는 내용이 버젓이 실리고 있고,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댐건설문제가 공개리에 토의되고 있다.
과거 소수의 고위인사들만 모여 소근거리듯 국가대사를 논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댐건설이 가져올 전력공급·홍수조절·운하교통등의 밝은 면과 함께 생태계 파괴·경제부담·주민대책 미비등의 어두운 면도함께 토론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삼협댐공사는 조만간 인민합의에 의한 합리적 결정으로 빛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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