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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옷도 반짝, 구두도 반짝 …'반짝이 패션' 빛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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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옛날에 보았던 것으로, 혹은 눈에 익숙한 것으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기가 어렵다.

때문에 새 유행은 곧 '전과 다른 것'이 돼야 하고 직전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2007년 유행의 키워드로 떠오른 '반짝이 패션'도 이 법칙에 따라 자극의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우주'와 '미래'를 주제로 삼았다는 '반짝이'. 여기저기서 '올해는 반짝이'라고 떠들썩하다.

그런데 반짝이는 대체 왜 나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지난해는 몸의 전체적 모양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실루엣 변화의 마지막 시기였다.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진부터 허리선이 높아 가슴 아래부터 보디라인에 딱 맞아떨어지는 핀 스커트, 무릎 위를 훌쩍 넘어 허벅지를 감싸는 긴 부츠, 멀리서 보면 '큰 알'이 연상되는 '코쿤 스타일'까지 온통 몸의 윤곽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종착역에 도착했다. 이제 패션계는 '더 큰 자극'을 위해 '반짝이'를 선택했다.

반짝이는 '별'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반짝이 패션은 인간이 달에 착륙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우주와 미래과학에 대한 동경을 담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반짝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홍익대 간호섭(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반짝이는 실루엣 관련 상상력이 고갈되면서 또 다른 무엇을 찾던 패션계의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껏 과장된 코쿤 스타일이나 극단적인 스키니 모두 더 이상의 변화가 어려울 만큼의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패션계는 '위기'를 돌파할 승부수를 독특한 소재와 질감에서 찾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이곳저곳에서 확인된다. 예컨대 LG패션의 모그(MOGG)는 비스코스 소재로 반짝임을 강조한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인 제덴은 소가죽을 펄이 들어간 반짝이로 코팅해 가방을 만들었다. 반짝이를 이용해 가죽 소재가 더 빛나게 보이도록 한 것. 나아가 열처리를 한 소가죽에 압력을 가해 가방 자체가 구겨지고 깨진 듯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제덴의 박유정 디자이너는 "예전에 이런 소재는 구두나 운동화에 사용했지만 가방에는 거의 쓴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재에도 다양하고 재밌는 변화를 준다"고 말했다.

지루한 블랙 열풍에 포인트를

검정과 흰색은 대개 가을.겨울을 위한 색이었다. 그러나 올 봄.여름에는 차분한 색들이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외 컬렉션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그대로 나타났다.

상하의 모두 검정으로 된 봄.여름 여성 정장에 폭이 넓은 금색 벨트로 마무리한 도나 카란(뉴욕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겨울 열린 서울 컬렉션에서 박윤수 디자이너는 흰색 블라우스와 반바지에 반짝이는 금색, 혹은 은색의 커다란 백, 그리고 똑같은 색의 힐을 매치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경희대 최정욱 교수(의류학과)는 "블랙 계열의 강세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며 "반짝이는 이런 분위기에 살짝 변화를 주는 포인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번쩍이는 금빛.은빛 제품을 매장에서 선뜻 고르기란 쉽지 않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예전에는 과도하게 큰 다이아몬드 큐빅이나 번쩍이는 골드체인으로 대변되는 '블링블링 룩'이 대세였다면 앞으로는 은은한 느낌이 강조된 반짝이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롯데백화점 BNX 매장 천현희 매니저는 "과도하게 반짝이는 아이템은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며 "봄 시즌에 맞춰 나온 옷들은 대체로 조용히 반짝이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구두, 일단 튀고 보자

반짝이는 신발 쪽이 더욱 화려하다. 전체적 조화를 강조하는 옷과 달리 '일단 튀어보자'는 식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명품 업체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난해 10월 힐 부분을 400개가 넘는 크리스털로 장식한 화려한 샌들을 선보였다.

금속 느낌이 강한 니켈 굽을 따로 붙인 구두도 있다. 둥그런 구두 굽에 각을 내 햇빛에 반짝이도록 만든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금속 소재에 도금을 해 멋을 낸 굽도 있고, 굽에 펄이 들어간 금색 코팅을 해 은은한 빛이 감돌게 한 것도 있다. 아예 반짝이는 보석을 구두 굽 중간에 박은 것도 나올 정도다. 시중에선 일명 '보석굽'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피에르가르뎅 매장 이봉건 매니저는 "전에는 구두와 굽을 같은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다양하게 변형돼 나온다"며 "이제는 구두를 살 때 굽 모양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구두 굽만 전문으로 만드는 용진산업의 이수정씨는 "장식 굽, 도금 굽, 보석 굽은 개발비가 비싸 지금까지 일본에만 수출해왔으나 최근 들어 국내에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굽만 화려한 게 아니다. 금강제화는 탄생석으로 구두 코 부분을 커다랗게 장식한 구두를 내놨다. 구두뿐 아니라 운동화도 변신 중이다. 나이키에서는 뱀 비늘이 그대로 살아 있는 아나콘다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했다.

강승민 기자, 한은화.장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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