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쾌속 질주… 삼성·대우 각각 4척, 5척 총 23억 달러어치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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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호'가 거침없는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부문에서 올해 들어 첫 대규모 수주 실적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카타르 국영 해운선사인 QGTC로부터 카타르가스Ⅳ 프로젝트에 투입될 26만6000㎥급 LNG선 4척을 척당 2억8640만 달러씩 모두 11억50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LNG선은 길이 345m, 폭 54m, 높이 27m로 지난해 3월 삼성이 세계 최대 크기로 수주한 선박과 같은 크기다. 당시 최고가 기록을 올린 선박 가격은 한 척에 2억8400만 달러여서 이번에 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21만㎥급 LNG선 4척의 건조계약을 QGTC로부터 따냈다. 척당 가격은 대략 2억3000만 달러 선이다. 대우는 카타르에서 주문받은 선박 이외에 유럽의 선주로부터 수주한 17만㎥급 LNG선 한 척을 포함해 총 12억2000만 달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LNG선 수주 실적을 놓고 삼성과 대우 간에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자존심 싸움도 함께 벌어지고 있다. 삼성은 4척의 LNG선을 추가함으로써 2003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165척 가운데 54척을 수주, 시장점유율(33%) 1위 기업으로 발판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26만㎥급 이상의 초대형 LNG선 14척 가운데 11척을 수주하고, 수주 잔량(수주한 뒤 건조 중이거나 인도 대기 중인 선박) 역시 41척(93억 달러어치)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선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235척의 LNG선 가운데 72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30%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주 잔량도 39척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무는 "세계 최초로 26만㎥급 LNG선을 설계하는 등 탁월한 기술력과 건조 능력으로 앞으로도 세계 LNG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우 기자

◆LNG선=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운반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가스 탱크를 영하 163도로 냉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기체상태의 천연가스를 600분의 1 부피로 액화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 조선업계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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