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스포츠가 한국에 몰려온다|선진체육 배우기에 선심공세 맞물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소련스포츠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88년 소련의 서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물꼬가 트인 한소 스포츠교류는 89년 78명(5종목)의 소련체육인이 내한했으나 90년 1백56명(7종목)으로 늘어났고 올해도 6월까지 1백42명(11종목)으로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체조 등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한 교류까지 포함할 때 실제 왕래는 이보다도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류내용 또한 국제대회의 상호참가에서 선수들의 전지·합동훈련 및 코치초빙 등으로 확대, 발전했다.
현재 태릉선수촌에 6명의 외국인코치 중 체조의 알렉산더 시도로프씨(50) 등 4명이 소련인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달엔 펜싱의 포티아틴 파블로비치코치가 내한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 소련 태권도협회 임원 6명과 함께 방한중인 아나톨리콜레소프체육차관이 연간 10명 이상의 소련 태권도사범의 방한 교육협정을 성사시킨 후 31일 출국하며 우즈베크 공화국의 폴리토텔 여자 하키팀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지난 24일 내한, 보름 예정으로 국내팀들과 친선경기를 벌이고 있다.
29일엔 삼성전자 농구단이 소련 사마라클럽 농구팀의 초청으로 사마라시를 방문하고 귀국, 9월께 답례형식으로 사마라클럽팀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양국간의 스포츠교류는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계속돼 미국·일본과의 교류수준을 앞지르고있다.
그러나 소련은 최근 한국주최의 국제초청 농구대회가 국내 여건미비로 취소됐음에도 불구, 대표팀(여자)의 한국행을 강행하는가하면 종목 또는 단체간 구별 없이 갖가지 교류협정체결을 요청, 우려를 낳고 있다.
소련팀의 내한으로 농구협회는 국제친선대회(8월8일∼11일)를 급조했다.
또 서울주재 무역사무소를 통해 한소 카누교류협정 체결을 제의 받은 카누연맹은 소련측을 초청할 경우 무려 3천만원 이상의 경비가 초과 지출되는 부담으로 완곡히 제의를 거절하느라 어려움을 겪고있다.
소련 키예프공화국의 키예프대학은 한양대 측에 체육 교환교류 협정체결을 제의해온 상태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련스포츠가 한국 진출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은 양국 교류 증진의 첨병으로 스포츠를 내세우는 까닭도 있지만 그 동안 한국 측이 보여준 지나친 선심공세 탓이라는 지적이 높다.
한국은 이제껏 세계 스포츠계의 「공룡」으로 군림해온 소련의 선진스포츠를 흡수키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칫하면 「소련의 봉」 노릇을 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