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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직은 TK가 독점”/뒷얘기 무성한 경찰수뇌 인사(초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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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능력중시 해명불구 “선거용” 반발/촉망받던 호남세는 한직 밀려나/경찰위 제청권 무시된 “변칙출발” 논란 소지
경찰청 출범을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수뇌부 및 경찰위원회 위원 7명에 대한 정부의 인사가 내정이라는 단서가 붙어 단행됐다.
경무관급이상 간부 22명이 승진 또는 전보된 이번 인사는 예상했던대로 김원환 서울시경국장이 초대 경찰청장에 올랐고 이인섭 경기국장,김효은 청와대치안비서관,이강년 부산국장 등 3명이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한계급씩 올라 경찰청차장·서울청장·해양경찰청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치안감급에서는 여관구 전남국장이 청와대비서관으로 임명되는 등 11명이 수평이동했고 박노영 본부보안부장이 대구청장으로 임명되는 등 7명이 경무관에서 승진 전보됐다.
정부는 이번 인사의 성격을 본청의 경우 「전문분야」를 최대한 감안,배치하고 지방청의 경우 연고지 중심으로 임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치안감 승진의 경우 86년도 승진경무관을 주축으로 하되 87년도 승진자 일부가 포함돼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을 중시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인사관계자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핵심요직을 이른바 「TK」출신이 독식함으로써 경찰청 독립에 대해 일반 국민의 기대에 미흡했다는 평이며 내년초 총선등에 대비한 선거용 인사였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에 김원환(경북 안동)·이인섭(경북 영일)씨 등을 배치한데다 경찰위원회의 사실상 실세인 상임위원에 경북고 출신인 강두현 단국대교수(대구)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또 치안총수에 오른 김원환씨의 경우 김씨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하더라도 재직중 강경대군 치사사건·경찰관 총기난동사건의 지휘책임자였다는 흠집은 초대청장으로는 부담이 되고있다.
또 수도치안의 총수로 임명된 이인섭씨도 재직중 잇따라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지휘책임자며 차기 경찰청장 1순위인 경찰청차장을 맡게된 김효은 청와대치안비서관은 인천 빠찡꼬 사건에 연루됐다는 흠집을 안고 승진했다.
반면 전북출신의 이강년 부산국장은 간부후보 16기에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찰내부의 신망에도 불구하고 은퇴코스인 해양경찰청장으로 밀려나 대조를 이뤘다.
이와 함께 치안감 승진인사에서 승진서열 2위였던 장한민 본부대공2부장이 탈락하고 승진서열 10위권밖에 있던 박수영 경남국장이 치안감으로 승진,경남지방청장에 파격적으로 내정된 것은 청와대 경비책임자로 근무했던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서 경찰청장의 경우 경찰위원회의 동의심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정부의 안」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이는 경찰위원회가 경찰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경찰법은 발효시기가 공포후 60일뒤인 7월31일로 돼있어 8월1일 경찰청 개청에 맞추자면 정부에서 인사안을 미리 만들어놓고 경찰위원회가 형식적인 제청절차를 거치는 변칙인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독립에 대해 일반국민이 거는 기대가 개청 초기부터 변칙에 의해 흐려진다면 가뜩이나 실추된 경찰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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