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이 점이 불편하다(2)|넘치는 인구 늘어나는 무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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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89년 봄 결혼한 정진국씨(34·회사원)은 직장은 서울에 있지만 부천시 역곡동 S아파트 방1칸을 보증금 5백만원에 전세 내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이 서울보다 훨씬 싼 부천에서 생활하면서 적금이라도 부어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계획에서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후인 91년 봄 전세보증금은 1천만원으로 2배가 뛰었고 내 집 마련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2년 동안 적금한 돈을 몽땅 쓸어 넣어도 으른 전세 값을 충당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정씨는 이삿짐을 꾸려 부천보다 전세 값이 싼 인천으로 옮겨야 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전세보증금은 방1칸 1천만원, 방2칸 2천만원 수준.
월세금은 방1칸 2백만∼5백만원에 전세보증금과의 차액을 2%로 계산해 월세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시세는 89년도에 비해 보증금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부천중개사협의회장 한정진씨(38)는 『올림픽 개최를 앞둔 88년 초부터 부천지역 주택 (아파트)·상가. 대지 등 부동산 가격이 폭등, 3년 사이 2∼3배나 뛰었다』고 말한다.
대지는 88년 초 평당 1백만원 안팎에서 요즘 3백만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저층 아파트의 경우 평당 매매가격은 89년 1백70만원에서 3백30만원으로, 전세금은 평당 80만원에서 1백20만원으로 올랐다.
단독주택도 신축은 평당 1백만∼1백40만원이었으나 요즘 2백만∼2백70만원으로, 전세금은 방1칸이 89년도 2백만∼4백만원에서 이젠 8백만∼1천만원으로 뛰었다.
이는 인천·수원에 비해 10%이상 높은 것이다.
이같이 부천지역 땅 값·집 값이 치솟는 것은 인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나 주택보급률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말 현재 부천시 인구는 67만8천여명. 시 승격 당시(73년7월) 6만5천여 명에 비해 10.4배가 뛰었다.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14.7%로 전국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부천이 다른 수도권위성도시에 비해 서울과 가깝고 경인전철이 통과하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해 베드타운으로서는 최적격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은 53.2%(시 승격 당시 62.5%)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경기도 평균 71%보다 17.8% 포인트 낮고 시세가 비슷한 수원(7.9%)보다 4.7% 포인트, 안양(62.6%)보다 9.4% 포인트 각각 뒤처진 것이다. 다만 성남(48.6%)보다는 4.6% 포인트 높다.
부천시의 주택난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급격히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주택보다 상가·근린생활시설·위락시설의 입주러시가 이루어져 주거지역이 잠식당하고 주택은 성주산·원미산 아래 단독 또는 저층 아파트·연립주택 중심으로 건설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도시계획 및 주택전문가의 분석이다.
이 같은 주택난과 함께 부천시가 안고있는 난제는 열악한 주거 환경.
성심여대 사회과학 연구소가 지난 5월 부천시내 6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천시 주거환경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가옥 중 거주전용면적 20평 이하가 77.4%에 이르고 있다.
10평 미만인 초미니 주택도 무려 30%.
이는 부천시의 주거공간이 얼마나 협소한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데다 엄청난 예산확보가 어려워 재개발사업 등은 엄두도 못내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박강규 부천시 주택과장(40)은 『현공정 18%(6월말 기준)인 중동신도시건설로 4만2천5백가구분의 아파트·주택이 들어서면 서민 주택난을 크게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천시의 주택보급률은 53.2%에 그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주택공급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한 주택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배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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