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복(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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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시인간들은 삼림속의 열매를 따먹고 그 속에 서식하는 짐승들을 사냥해 살았다. 인간문명은 삼림의 희생으로부터 시작됐다.
나무와 나무의 자연적인 마찰로 일어나는 화재에서 불의 원리를 발견했고,불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나무를 베어 도구를 만들고 움막을 지었으며,배를 건조해 항해술을 익힌 것도 나무를 다듬어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첨단기술과 기계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나무는 건축자재와 가구 또는 도구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나무는 인체에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 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스스로의 자양을 충족하는 동시에 지상의 생명원인 산소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생물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들도 나무 덕분에 숨쉬고 있다.
나무는 또다른 우리의 생명원인 물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비가 내리면 땅에 떨어져 흐르는 빗물의 유속을 늦춤으로써 땅에 스미도록 해 지하수로 저장한다. 그리고 두고두고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하도록 하천과 강물을 흐르게 해준다. 삼림덕분에 물을 먹을 수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다. 나무는 이처럼 필수불가결의 혜택을 베푼다. 이러한 삼림이 60년대까지만 해도 지구상 육지의 30%를 덮고 있었다.
믿을만한 계산에 의하면 62억 정보에 이르던 지상의 삼림중 이제 겨우 15억 정보만이 자연림 상태로 남아있다 한다. 수익을 올리기 위한 벌목으로,식량을 얻기 의한 화전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아마존강의 우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밖의 문명국에서는 공업화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삼림들이 메말라 죽어가고 있다.
삼림이 파괴되면 수분이 일시에 증발하기 때문에 강우패턴에도 혼란이 온다.
최근들어 흑심한 가뭄과 폭우 등이 교차하는 전세계적인 기상이변도 삼림분포의 변화가 원인중의 일부라는 분석이다.
우리는 골프장을 만드느라 훼손되는 삼림의 규모가 엄청나다. 생존이 아니라 특수층의 도락을 위해 삼림을 희생시킨다.
그 결과가 이번 폭우에서 수많은 인명·재산피해로 나타났다. 파괴된 자연의 보복인 것만 같다. 개발도 필요하겠으나 분별은 있어야겠다.
수십년 공들여 키운 삼림을 무작정 베어버리지만 말고 적합한 장소에 옮겨 심거나 베는 수만큼 식목을 하는 의무라도 부과하는 것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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