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표준화되는 관세 제도|브뤼셀 관세 협력 총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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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관세인의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관세협력이사회 (CCC) 총회가 지난달 하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1백11개 나라의 관세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회의에서 이야기된 최근 몇년 동안의 국제 경제와 무역 동향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국내에서도 각종 행정 체계가 전산화되듯 관세 행정 또한 전산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출입 물품의 통관에는 여러 뭉치의 복잡한 서류가 따라 다니는데 전산 처리로 서류 없는 통관을 해 빠르고 정확하게 물품을 통관시키자는 취지다.
경제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급증하는 교역량의 빠른 처리와 공정한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CCC는 그동안 이를 위해 유엔·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등 국제 기구의 협력을 받아 통관 절차의 간소화를 위한 교토 협약, 통일 상품 분류에 관한 HS협약 등과 같은 관세 협약을 맺음으로써 관세 제도의 국제적인 표준화를 꾀해왔다.
최근 CCC는 세계 여러 나라의 관세 행정 전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수출입 상품명을 코드화해 빠르고 정확한 품목 분류를 위한 상품 데이타베이스와 서류 없는 통관 업무를 위한 전자정보교환 (EDI)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는 앞으로 국제 무역의 모습을 크게 바꿀 중요한 사업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종합 무역 자동화 계획의 하나로 지난 2월부터 관세청 주관으로 수출입 통관 절차·수출입 화물 관리·관세 환급 분야 등에서 EDI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CCC는 이밖에도 개발도상국의 관세 제도 개선, 특히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동구권 국가들의 관세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이번 CCC회의에서는 특히 소련의 관세국장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서명한 사실을 강조, CCC가입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소련 측은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소련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면서 회원국에 관세 협력을 요청해 그 변화를 실감케 했다.
세계의 무역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여러 경제 장벽이 개방되고 국제화가 진행되는 반면, 유럽공동체 (EC) 통합·북미 자유 무역 협정 추진 등 지역주의 경향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는 관세의 일률적인 인하와 함께 일부 분야지만 무관세까지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통적인 관세의 역할과 기능이 더 이상 적절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급변해도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 기술 개발 산업의 보호, 국내 산업 피해 구제를 위한 관세 제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대 감각에 맞는 새로운 관세 정책을 개발하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것이며 무역 업체와 기업들 또한 관세 규정을 제대로 지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줄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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