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 이창호가 반집패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창호(사진) 9단이 이번엔 반집 패를 당했다. 신예 윤준상 4단과의 국수전 도전기 2국에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국에서는 종반 어이없는 착각으로 완승의 바둑을 역전패했는데 이번엔 접전 끝에 반집으로 져 이창호가 '고전 중'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1987년 서울생으로 올해 만 20세가 된 윤준상은 행운이 겹치는 가운데 이창호 9단을 2 대 0으로 앞서게 됐다. 그는 나머지 세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첫 우승컵과 함께 국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백을 쥐고 2국을 맞이한 윤 4단은 시종 두터운 국면 운영으로 이 9단과 시소 게임을 벌였다. 해설자 김승준 9단의 표현을 빌리면 "과거의 이창호 9단을 연상케 하는 두터운 기풍"으로 큰 접전 없이 끝내기 승부로 맞붙은 것이다.

사실 '신산(神算)'으로 이름 높은 이 9단을 상대로 이런 식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바보 짓이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한때 잠시 리드를 잡는 듯했으나 오히려 중앙에서 한 집 정도 손해를 보고 말았고 이것이 그대로 반집 패로 연결됐다. 이 9단은 스스로 "계산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수차 고백한 바 있는데 이 판에서는 행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반면 윤 4단은 결승전 진출 경험이 없는 신예임에도 놀라운 침착성과 계산력을 보이며 반집을 지켜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