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계파간 미묘한 대치/노­김대중 회동이후 당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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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각제발언에 손익계산 분주/민정계선 YS행보 조심스런 탐색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총재의 16일 회담은 민자당내 계파사이의 미묘한 대치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문제의 내각제 발언을 둘러싼 모호함때문에 각 계파는 경계와 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면밀히 손익계산을 해보고 있다.
이런속에서 최대계파인 민정계가 회담에서 드러난 노대통령의 새로운 정국구상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일치된 접근자세를 보여 청와대쪽과의 사전교감이 있었는 지가 관심을 끌고있다.
희망사항인 내각제문제에 대한 김총재의 새로운 표현을 변화의 신호로 파악하면서도 이를 재촉하거나 적극적 의미부여를 자제해 「의도적인 관망」느낌마저 주고 있어 민정계의 자세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태도는 김총재의 내각제발언을 「대여 교란용」으로 평가절하하고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내각제문제의 주연역을 김총재에게 넘긴만큼 김총재의 추가적 시사가 나올때까지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와대와 교감이 있기보다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 아니냐』며 개별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계파중간관리자인 박태준 최고위원이 주재한 단합골프모임에서 노대통령 집권후반기의 안정적 정국관리에 당력을 우선집중키로 다짐한바 있어 민정계가 16일 회동 결과를 예상하고 대비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춘구·이종찬·이한동·심명보·이자헌 의원과 김윤환 사무총장,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등 핵심이 참가한 이 모임에서 정치적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노대통령의 정국구상을 밀어주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16일회담을 앞둔 민정계 단합의 「시위」효과를 거둔것으로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중진의원은 『이번 회담에서 노대통령과 양김씨간의 정치적 3각관계가 새롭게 전개될 측면에 대비,청와대쪽에서 민정계의 단합된 모습과시가 필요했을지 모르며 그런 점에서 박최고위원과 청와대쪽의 교감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같은 고차원적 정치게임이 전개되기 위해선 정치일정의 전반적관리를 노대통령에게 맡겨야하며 당쪽은 이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 대해선 얘기하는 사람마다 뉘앙스가 약간씩 다른데 한 참석자는 다음선거가 두김대결로 가서는 안된다는게 이심전심의 공감 아니겠느냐고 여운을 두었다.
이같은 민정계의 자세는 다분히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를 겨냥한 것으로 16일회담에 대한 민주계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억제하면서 차제에 민정계 단일소리를 내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춘구·이한동 의원등 정치일정의 「순리」론을 펴는 측이나 이종찬·이자헌·오유방·이치호 의원의 신정치그룹 모두 청와대회동에서 보인 노대통령의 정국주도의지를 미는데 당력이 모아져야 한다는 생각들이다.
이들중 한 중진은 『노대통령의 9월 유엔방문시 김총재의 동행문제가 정국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민정계는 정치일정논의 중시등 노대통령의 최근 일련의 지시를 준수하고 있으나 김총재의 변화여부에 맞춘 정국흐름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도 갖고 있다.
민정계는 이같은 변화가능성을 내다보며 관망후 탐색자세를 지키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단일후보론 ▲반 YS공동전선론 ▲구여권대동단합론등 여러가지 구상이 오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구상들은 어느 한쪽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서로 맞물려 있는데 특히 민정계 후보옹립론이 관심.
최근 한 중진은 청와대쪽 시사만 있으면 단일전선구성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김대표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정계도 모두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측통은 현재로서는 경선도전가능성을 비친바 있는 이종찬 의원·박철언 장관의 입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박태준 최고위원이나 이한동 의원등도 민정계의 단일화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김 청와대 회동후 민정계의 관망은 청와대회동이 민정계의 여러가지 구상의 가닥을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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