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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결실/동서화해 물증/미소 전략무기 감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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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원유치 다급한 소 대폭양보/미 국제질서 재편주도 디딤돌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런던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 폐막에 앞서 미소 전략핵무기 감축협상(START)을 완전히 타결하고 이의 서명을 위해 오는 30∼31일 양일동안 모스크바에서 미소정상회담을 갖기로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82년 레이건 미 대통령시절 시작된 양국간 장거리 전략핵무기의 상호감축협상은 이로써 9년만에 끝을 보게 된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협정타결에 장애로 남아있던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어 구체적인 문안작성을 제네바의 실무협상 팀에게 넘겼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미국에 있어,또 동서관계에 있어 길이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협상타결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베이커 미국무장관과 베스메르트니흐 소외무장관은 지난주말부터 워싱턴에서 이 협상의 타결을 위해 나흘간 협상을 벌였으나 한두가지 기술적인 문제에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미소양국은 이를 런던으로 옮겨가 부시와 고르바초프 회담직전에서야 마지막 합의에 도달했다.
양국외무장관 사이에 미결로 남아있던 신형미사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와 미사일의 투사중량(일정지역에 떨어지는 탄두화약의 중량)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가 완전히 타결된 것이다.
이로써 양국은 대륙간 탄도탄을 포함한 전략무기분야에서 각각 30%정도씩 감축하게 됐다.
이 협상이 발효되면 미국은 현재 1만2천개의 핵탄두가 9천개로,소련은 1만1천개에서 7천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타결은 부시나 고르바초프 모두에게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개혁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로서는 미국의 재정적인 지원없이는 이의 성공이 난망한 상황에서 미국이 미소 관계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는 전략핵무기 감축협상을 마무리짓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고르바초프는 국내의 강경보수파에 밀려 이의 타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오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타결쪽을 택한 것이다.
양국 대통령간에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해 곧이어 열린 G7 정상들과 고르바초프의 회담에서 서방국가들이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지원키로 한 것을 보아도 소련으로서는 더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막다른 상황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소련은 전략무기협상에서 양보하는 대가로 서방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타결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고 누가 누구에게 양보한 것도 없는 모두의 승리』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미국관리들은 소련이 많은 양보를 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전략핵무기의 타결과 소련을 지원키로 한 결정이 별개의 사항이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소련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준회원국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나 기술지원을 약속한 것은 소련의 이같은 태도변화의 대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모스크바 미소정상회담에서는 무기감축문제 뿐아니라 양국간의 현안이 모두 거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이 협정타결로 미소양국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이번의 타결이 걸프전의 승리에 이어 또 하나의 외교적 승리로 간주하고 있다.
유럽주둔군 감축,화학무기 감축협상등에서의 진전과는 달리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이 분야가 완전히 타결됨으로써 소위 그가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에 한발 다가서게 됐으며 92년 재선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합의내용
●전반적 원칙:①대륙간 탄도탄(ICBM),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SLBM)전략폭격기등 세가지 전략핵운반수단의 상한을 1,600 기·기로 한다.
②전략핵탄두 총수를 6천개,그중 탄도미사일 탑재 탄두수 상한을 4천9백개로 한다.
③7년간에 걸쳐 3단계로 삭감실시
●대형 ICBM:154기·1540탄두로 제한(대상은 소련의 SS ­18)
●이동식 ICBM:실전배치 탄두수를 1천1백개로 제한
●발사중량:소련 ICBM과 SLBM의 발사중량을 현 보유량의 5 4%로 삭감
●자료제공:미사일 실험자료의 암호화 금지
●탄두수 감축:양측 모두 세종류의 미사일탄두 삭감 탑재를 허용하 되 그 총수는 각각 1천2백50개로 제한
●신형미사일:발사중량이 21%증가한 미사일을 신형미사일로 규정
●전략폭격기:1기를 1개의 운반수단으로 계산. 핵폭탄과 단거리공 격미사일(SRAM)만을 탑재하는 전략폭격기의 경우는 탄두수 1 로 계산
●공중발사순항 미사일(ALCM):사정거리 6백㎞이상규제
1기당 탑재수를 미국측은 1백50기까지 1기10탄두,소련측은 1백80 기까지 1기8탄두로 계산
●해양발사순항 미사일(SLCM):START조약과 별도로 규제.
상한은 8백80기. 검증조치를 수반하지 않은 정치적 선언에 의 해 배치수를 통고. 복수핵탄두의 SLBM제조 및 배치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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