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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피링으로 타자 허 찔러|롯데 마운드의 돌풍 김태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9세의 고졸 신인 김태형이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약금 1천5백만원, 연봉 1천만원으로 올해 입단한 김은 16일 현재 18게임(87이닝)에 등판, 완투승 3게임을 포함해 8승4패2세이브를 기록하며 박동희·윤학길로 버텨가던 롯데 마운드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데뷔 당시만 해도 최고시속이 1백35㎞대에 머물러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김이 시즌중반에 들어서면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명석한 두뇌(IQ 1백35)를 바탕으로 상대타자의 심리를 간파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는게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마운드에서의 수비력도 갖춰 투수로서는 나무랄데 없는 재목이라는얘기다.
한마디로 김은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선동렬(해태)과는 달리 「깜찍한 두뇌피칭」으로 타자의 허를 찔러 맞춰 잡는 기교파 투수인 것이다.
이같은 김의 특징은 지난 14일 대OB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김은 OB의 백전노장 장호연과 선발대결을 벌여 OB 32타자를 산발 5안타1실점으로 일축, 승리의 발판을 구축했다.
직구를 포함, 다섯 가지의 공을 구사하는 김은 좌완투수의 무기인 타자 무릎쪽 직구를 승부구로 구사, 지금까지 3백63명의 선배 타자 중 53명을 삼진으로 잡고 있다.
김은 직구와 변화구를 같은 동작에서 구사하기 때문에 더욱 공략하기 어렵다는게 타자들의 평.
현재 자신의 예상(5승)을 훨씬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기록중인 김은 내친 김에 10승 이상을 따내겠다며 목표를 수정했다.
최근 4사구를 37개나 기록, 고민 중인 김은 『고교 때만 해도 4구를 거의 내주지 않았으나 프로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탓인지 4구가 많아졌다』면서 직구의 속도를 1백40㎞대로 끌어올려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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