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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분석표 꼭 믿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 3월14일 대부분 증권사들은 각종 유인물과 단말기를 통해 주식을 사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소위 「골든크로스」현상이 이날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과는 달리 주가는 하락세를 더해갔다.
주가의 앞날을 점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한마디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주가라는 게 본래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모든 변수가 어우러져 빚어지는 합작 품일뿐더러 그 저변에 깔려있는 심리적 요인과 의외성은 호락호락한 예측을 거부하기 일쑤다.
증권사마다 실력이 쟁쟁한 전문가가 전문지식을 동원, 「기술적 분석지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주가전망을 내놓곤 하지만 지나고 보면 헛다리를 짚고 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감」이 아닌가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주가예측은 기술적 분석 방법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각 증권사들이 동원하는 기술적 분석의 틀 중에는 우선 「이동평균선」이라는 게 있다. 25일 이동평균 선이라고 하면 또 일간의 주가지수를 합쳐 25로 나눈 것이다. 25일, 75일, 1백50일 선이 주로 쓰인다.
75일 이동평균 선이 1백50일선을, 또는 25일 선이 75일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경우를 「골든크로스」라 부르며 이때를 매입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의 장세가 그전에 비해 호전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75일선이 1백50일선을 뚫고 내려오는 시점은 「데드크로스」라 하여 매도시점으로 잡는데 이 역시 잘 안 맞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분석기법으로는 「주가·거래량 상관곡선」(역시계곡 선)이 있다. 세로축에 주가를, 가로축에 거래량을 놓고 매일의 교차점을 그려 나가면 그 선의 형태는 크게 오른쪽 상향 및 하향, 왼쪽 상향 및 하향으로 나타난다. 그라프가 오른쪽 위로 올라가면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를 뜻하므로 매입시점으로 보고, 반대로 왼쪽 밑으로 그라프가 내려가면 매도시점으로 잡는 것이다.
하지만 그라프가 어느 때부터 방향을 달리 할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정확한 매수 또는 매도 타이밍을 알려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이 과열인지, 침체인지를 예고하는 지표로는 「투자심리선」이 있다. 최근 12일 중 주가가 오른 날이 몇 날이나 되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12일 중 3일이 올랐으면 투자 심리 선은 25%가 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이 지표가 75%이상이면 과열기미가 있는 것으로, 25%이하면 침체 국면으로 해석한다.
시중자금이 증시로 얼마나 유입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기법 중에는 「ADL(등락주선)」이 꼽힌다. 상승종목 수와 하락종목 수를 매일 산출해 그라프화 한 것이다. 상승종목이 더 많으면 그라프는 올라가는데 자금유입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 역시 같은 규모의 자금이 대형주보다 중 소형주에 몰릴 경우 상승종목수가 많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신해서는 곤란하다.
거래량과 관련된 지표 중에는 「OBV선」이 있다. 주가가 오른날의 거래량을 더하고 하락한 날의 거래량을 빼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 그라프가 상승곡선일 때는 향후 주가전망을 밝은 것으로 본다. 이 밖에도 자주 활용되는 기술적 분석지표는 VR· 이격도·P&F차트·삼선전환도 등 얼마든지 더 있다.
그러나 이 많은 기술적 분석지표들이 「무색」할만큼 우리 증시가 「비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관계전문가들은 경기전망·자금사정·개별기업의 내재가치 등을 바탕에 깔고 기술적 지표를 보조자료로 활용할 때 애써만든 이 같은 지표가 한결 돋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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