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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LA올림픽때 한국 선수들이 뱀을 구워 먹는다는 기사가 LA타임스지에 실려 기겁을 한 일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오보였다. 그러나 이 기사가 미국 신문에 나게된 내력이 기가 막히다.
한국 선수들이 오후에 간식을 즐기고 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미국 기자가 무얼 먹느냐고 물었던 모양이다. 한국 선수들은 「스낵」(간식)이라고 대답했다. 바로 그 소리를 미국 기자는 「스네이크」(뱀)로 알아 들었다. 누구 탓을 해야할지,웃지 못할 난센스다.
영어를 말할줄 아는 것과 영어를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폴란드에서 1급의 영어통역사가 78년 카터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엉망으로 통역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얘기가 있었다. 「소망」이라는 말을 「욕정」으로,『폴란드의 헌법은 위대한 인권투쟁의 문서』라는 말을 『폴란드의 헌법은 웃음거리』로 통역했다.
흔히 외국어 학습에서 실패하는 원인은 세가지로 꼽는다. 첫째 자국어에 집착해 외국어를 직역하는 경우,둘째 외국어의 특수한 표현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셋째 문화적 관습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그것이다.
요즘은 국제적으로 외국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교육방법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신형」교육에서 「발신형」 교육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언어학자들은 그것을 인간중심의 어프로치라고 말한다.
인간중심의 어프로치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사일런트 웨이」의 교육이다. 외국어 수업시간에 교사는 뒷전에 물러 앉아 될수록 입을 다물고 있고,학습자가 스스로 외국어로 의사를 표현하게 하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커뮤니티 랭귀지러닝」이다. 미국 로욜라대학의 큐란 교수가 개발한 방법인데 6∼12명이 그룹을 이루어 자유회화를 구사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무력 10년동안 영어를 가르치는데도 미국 식당에 들어가 메뉴하나 시키는데도 쩔쩔맨다.
「수신형」영어교육,인간중심 아닌 문법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친 결과다.
오는 95년부터 국민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칠 모양인데,문제는 「언제부터」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가르치느냐에 있다. 지금같은 콩나물교실에서 무슨 「인간중심」의 영어교육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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