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행정 수도특위' 부결 충청권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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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위원회'구성안을 부결 처리한 데 대해 충청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와 각 정당 홈페이지 등에 주민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오르고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반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환 운동 및 내년 총선 낙선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충남도청 홈페이지에 '대성통곡'이란 이름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겨우 6표 차로 부결됐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데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충청권 의원이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럼 국회의원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함다'란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서울시장을 지낸 최병렬 대표가 대전에 와서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하겠다고 한 것은 수도권의 동맥 경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한나라당은 다른 정당에 앞서 행정수도 이전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재필씨(45.회사원.대전시 유성구 노은동)는 "이번 표결 결과를 볼 때 상당수 정치인들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리민복 차원이 아닌 정략적으로 접근한 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대전.충남지역 4개 시민사회단체 간부 20여명은 한나라당 대전.충남지부를 방문해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날 조연상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실천은 없고 말만 화려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심판이 엄중히 따를 것임을 경고한다"며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이 좌절된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소환 운동을 벌이는 것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김제선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신행정수도 문제는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며 "그동안 최병렬 대표가 통과를 약속했고 또 만나는 의원마다 통과된다고 해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 '나 몰라라'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 이인혁 사무총장은 "각 당 지도부가 그 동안의 말과 달리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소홀하게 다뤘다는 것이 이번 국회 표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는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 정부의 실패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 충북범도민협의회도 이날 한나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의 즉각 탈당을 촉구한 뒤 한나라당 도지부와 도지사실.도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한편 염홍철 대전시장.심대평 충남지사.이원종 충북지사는 같은 날 대전시 대덕구의 한 식당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전날 국회 표결에서 신행정수도건설 특위 구성안이 부결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모임을 마친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중앙정치권이 행정수도 특위 구성을 비롯한 특별법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과 시도의회.시민단체가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며"우선 25일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함께 방문해 최병렬 대표 등 당지도부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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