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너무 비싼 윈도 비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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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31일 새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시판에 들어가는 '윈도 비스타'(일반인용)가 국내에서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일반인용 제품(한글판) 가격이 미국 현지 가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OS를 독점하는 MS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MS 측은 "PC제조사에 납품하는 윈도 비스타 도매 가격은 세계 어디나 동일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현지 유통회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네티즌 "소비자가 비싸다" 반발=국내에서 윈도 비스타 판매를 담당하는 소프트비전은 '홈 프리미엄 버전'(윈도 운영체제를 처음 PC에 까는 경우)의 소비자 가격을 35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아마존닷컴 등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영문판보다 13만원 이상 비싼 것이다. '업그레이드 버전'(기존 사용 중인 윈도 운영체제에 덧붙이는 경우)의 국내 판매가격도 미 현지 판매가보다 10만원 가량 비싼 24만2000원이다. 특히 '비스타 비즈니스'(중소기업용 제품)는 미 현지보다 20만원가량 비싼 44만6000원으로 책정됐다. 소프트비전은 다음달 말까지 출시 기념 이벤트로 홈 프리미엄 버전을 32만3000원에 파는 등 10% 안팎을 할인해 판매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미 현지가보다는 훨씬 비싼 편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내 PC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MS의 횡포로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MS "우리와는 무관한 일"=한국MS는 "전자상가나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윈도 비스타의 소비자 가격은 유통회사의 자율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각국 소비자 가격은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의 규모나 유통회사의 운송비.세금 등 부대비용 등에 따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MS가 전세계 컴퓨터 제조사에 공급하는 도매제품 가격은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도매제품은 컴퓨터 제조사들이 PC에 내장하기 위해 구입하는 제품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컴퓨터 이용자 대부분은 새 PC를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새 운영체제를 쓰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윈도 비스타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소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비전 측은 "환율이나 홈쇼핑 수수료와 광고비, 부가세 등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소매시장에서 팔리는 윈도 비스타 물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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