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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수호신 '돌거북' 앉은자리 원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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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옛부터 달구벌엔 화재가 잦아 물을 상징하는 돌거북을 만들어 연구산(連龜山)에 묻었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회원들과 함께 연구산(대구시 중구 봉산동) 돌거북의 위치.방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역사(役事)를 마친 이정웅 '달구벌 얼 찾는 모임' 대표.

이날 회원들은 2시간에 걸쳐 제일여중 교정 서편에 철책으로 둘러싸인 돌거북을 크레인으로 본관 바로 앞 화단으로 옮기는 작업을 벌였다.

위치만 옮긴 것이 아니라 정남북으로 방향을 잡고 돌거북 몸체의 3분의 2는 땅에 묻었다.

무게가 2t에 이르는 이 돌거북은 옛부터 달구벌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이대표는 "조선시대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대구읍지 등을 보면 건읍(建邑) 초기에 돌거북을 만들어 머리를 남으로, 꼬리는 북으로 두게 묻어 팔공산과 비슬산의 지맥을 통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산이라는 이름도 돌거북에서 유래한 것이다. 돌거북은 그러나 일제 말기 대구여상을 지으면서 이곳 저곳으로 옮겨진 끝에 방향도 본래와 달리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뒤틀려 버렸다.

'달구벌 얼 찾는 모임'의 운영위원인 박성철 대구공무원노조위원장은 "대구에서 대형 재난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일부 풍수연구가들은 돌거북의 지맥 연결이 끊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9월 창립된 '얼 찾는 모임'은 산업화 속에서 잊혀진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되찾자는 지역사랑 모임이다.

김기선 영남대 풍수지리학과 교수, 이대영 달구벌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 최현복 대구흥사단 사무처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사업이 끝나면 팔공산 천제단에 표석을 설치하고 달성공원 등 대구의 지명을 바로잡는 일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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