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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行馬의 기본은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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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군대가 움직일 때는 머리와 꼬리가 서로 호응하여 허리가 동강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바둑의 행마도 연결이 기본이다. 속도를 탐하다가 절단당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서봉수9단은 실력을 키우는 비책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연결하시오"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상대방은 무척 실망하곤 했다. 연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 장면1=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과 중국 저우허양(周鶴洋)9단의 대결이다. 흑을 쥔 저우허양이 1의 날일자로 두어왔다. 그러나 흑1은 과속이다. 저우허양같은 고수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과속을 범하고 있다.

고바야시9단은 일단 2를 선수한 뒤 백?를 이용해 흑을 두동강냈다. 그 수순은 무엇일까.

# 장면2=백1로 붙인 다음 3으로 꿰뚫는 수가 소강상태의 국면을 일거에 공세로 바꿔놓은 호착이었다. 외길수순을 거쳐 9로 머리를 꼿꼿이 세우자 백은 양쪽이 급해졌다. 백은 이 두개의 흑을 슬슬 쫓으며 집을 장만해 쉽게 이겼다. 고바야시9단은 올해 51세. 한때 조치훈9단과 쟁패하며 일본 최정상의 자리를 8년간이나 지킨 유명한 인물이지만 어느덧 한물간 노장이 됐다. 최근 그의 큰딸인 일본의 여류 본인방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5단이 남자 본인방인 장쉬(張)9단과 결혼하게 된 것을 놓고 "이것은 고바야시9단의 세계 제패를 위한 장기계획"이란 말도 있었다. 그런 고바야시가 이번 농심배에 직접 나타나 3연승을 거뒀다. 이를 두고 유시훈9단은 "시집갈 딸을 둔 아버지의 힘"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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