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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통해 바로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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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TV 프로그램이나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은 항상 백인과 흑인이다. 아시아계 사람도 등장하지만 거의가 여성이고, 남성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등장한다 해도 키 작은 배불뚝이, 대머리 아저씨일 뿐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데이비스)의 다렐 하마모토 교수는 그 이유를 아시아계 남성에 대한 미국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찾는다. 그는 1998년 '조이 퍽 클럽'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아시아계 남성들은 백인 남성들의 견제 심리 때문에 대중문화를 통해 성적으로 완전히 '거세'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적으로 무능력해 매력도 없고, 그러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잔인하고 야비하다"는 조작된 이미지를 씌워 아시아계 남성들에 대한 차별과 성적 열등감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논문 말미에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아시아계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 영화"라고 밝혔다.

그리고 5년 뒤인 올해 3월 그는 자신이 직접 7천달러의 돈을 들여 적나라한 포르노 영화를 만들었다. 배우로는 베트남계 포르노 여배우(20)와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키 크고 몸 좋고 잘생긴 일리노이 출신의 대학생 천 리(24)를 뽑았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촬영도 자신이 맡았다. 현재는 배급사를 고르는 중이며 내년 중 시판할 예정이다.

"논문이 발표된 직후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내 수그러들었다. 여전히 포르노에 아시아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는 미국 주류사회에 구걸하기도 싫고 해서 내가 직접 나섰다. 이 영화는 미국 포르노 영화 중 아시아계 남성이 처음 등장한 것이자, 아시아계 여성이 백인.흑인이 아닌 아시아계 남성과 최초로 상대한 영화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

그는 '포르노 영화를 직접 만든 교수'라는 명예(?) 덕분에 폭스뉴스, NBC의 제이 레노 쇼, 코미디 센트럴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앞으로 계속 포르노를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펜트하우스도 매입해 아시아계 남성들이 출입하도록 하고, 아시아계를 위한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TV도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전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아시아인이라는 점을 들어 "이는 아시아 남성이 백인.흑인보다 성적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방증"이라는 논리도 전파 중이다.

지난달에는 백인들의 아시아인 학살사(史)를 다룬 '옐로 코스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 하와이.샌디에이고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학교 측에서는 그의 활동을 '학문의 연장'이라고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학계 일부에서 '또 다른 인종적 마초 콤플렉스''명예욕과 상업주의'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미국 백인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진실'이라며 비난을 일축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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